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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비껴간 이연


 

1.

한 사람이 천일이 넘는 동안 키워온 믿음 없는 사랑을 놓아버렸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주변에서 서성거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헤아릴 수도 없이 한 끝이다. 혹시나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미련에 끌려 그토록 질기게 두었던 마음을 거둬 버렸다.

그 무렵, 또 다른 사람은 3년여 간 망설여온 사랑 없는 믿음에서 비로소 사랑을 싹틔웠다. 돌이키고 돌이켜, 주춤거리고 방황하던 마음이 비로소 집을 찾았다.

한 사람이 간절한 것을 찾아 나선 무렵에, 또 다른 사람은 간절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엇갈렸다.


또 한 사람이 사랑을 깨달은 날은, 한 사람이 사랑을 놓아버린 날로부터 스무날 정도가 흐른 후였다. 그러나 그 스무날은, 무척 긴 시간이었다. “대관령 고개에서 겨울바람을 맞으며 얼었다가 햇살에 녹아드는, 그처럼 헤아릴 수 없는 며칠을 녹았다 얼었다 하는 황태가” “결국은 무디어져” 버린 마지막 시간이 흐른 후였다. 이제 두 사람의 인연은 이연이 되었다.


2.

홀로 자란 사랑은 어쩌면 동백꽃의 주검처럼 단호하다. 모가지 째 뚝 떨어지고 마는, 더 이상 미련도 없고, 더 이상 생명도 없는, 그래서 더 이상 희망도 없는….



3. 

마음이 아팠다. 차가운 바람 부는 겨울 빈 들녘에 홀로 두고 온 듯해. 모진 내 결심이 눈물과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럼에도 해 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다만, 천일이 넘는 동안의 사랑은 진실이었다는 것, 이제 그 사랑은 지난 사랑이라는 것은 그대로 남아 있다.



4.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편안하게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내 곁에 내 집 같은 인연이 서고, 네 곁에 네 집 같은 인연이 선 후에…. 안녕….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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