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일요일 아침 8시.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이 뜨였다. 후배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 2시쯤에 들어왔으니 6시간 정도 잔 모양이다. 알람을 끄고 난 순간, 왠지 창문을 열고 싶었다. 어쩌면 밤새 창밖을 바라보던 꿈을 꾸다 깬 사람처럼.
손을 뻗어 창문을 연 순간, 창밖엔 눈이 내린다. 올 가을 지나 첫눈이다. 더욱이 함박눈이다.
‘아! 또다시 이 계절이 왔구나.’
아직 몸에 피로가 풀리지 않은 탓에 잠을 좀 더 청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안쪽 창문은 열어두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싶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여 동안, 잠에 취했다 깼다 하며 내리는 눈을 보았다. 그러나 다시 잠에서 깨었을 때는 눈은 없었다. 다만 뒷집 기와지붕에서 흘러내린 눈 녹은 물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빗소리처럼 들렸다.
그리고 한 시간여 후, 출근하기 위해 집밖으로 나와서야 알았다. 노란 눈도 함께 내렸음을. 노란 은행잎이 은행나무 밑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계절은 늘 제자리를 제대로 느끼며 산다. (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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