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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자전거 출퇴근을 성과지표에서 뺀 이유


 



‘성과지표 - 자전거 출퇴근 횟수, 목표치 - 월 10회’

2009년 1월에 신년계획을 세울 때 세운 성과지표 가운데 하나였다. 자전거 출퇴근을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에 한 달 평균 최소한 10일은 자전거로 출퇴근하자는 거였다. 목표치가 월 평균 10일이면 통상 출근일 이틀 중 한 번 정도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계산이다.
평일에 자전거 출퇴근이 어렵다면 휴일에 사무실 갈 때 자전거로 출퇴근해서라도 10일을 맞추자는 셈속도 있었다.


자전거 출퇴근 성과지표는 2010년도 계획에서는 빠졌다. 자전거 출퇴근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일부러 뺐다. 굳이 성과지표로 정해 관리하지 않더라도 실천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그 환경은 광주에서의 출퇴근 수단에 의해 강제됐다.


집이 있는 광주시 서구 금호동에서 사무실이 있는 동구 대인동까지 직선거리로는 4.45km이다. 이 직선거리엔 산도 있고 건물도 있으니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이보다 더 멀다. 직선거리를 에둘러 사무실로 출근하는 방법은 대략 다섯 가지 정도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시내버스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아파트에서 나와 약 7분을 걸어야 한다. 이곳에서 사무실까지 곧바로 가는 버스는 36번과 61번이 있다. 대중교통인 버스에겐 당연하겠지만 모두 가장 짧은 거리를 노선으로 삼지 않는다.
61번은 직선거리 가까운 곳에서 좌우 갈지자로 노선을 따라간다. 36번은 왼쪽으로 좀 더 돌아 버스터미널을 찍고 돌아온다. 포물선 형태다. 동일한 시간에 출발하면 36번이 10여분 정도 더 걸린다. 자연스레 61번 버스가 출근버스가 되었다.


61번 버스의 배차 간격은 10분이 넘어 보인다. 출근시간임에도 거의 10여 분이 넘게 기다리는 게 예사다. 배차간격이 긴 것은 61번만의 상황은 아니다. 광주광역시의 시내버스가 대체로 그러하다.

8시까지 출근하려면 7시 10분 언저리나 25분 언저리에 오는 버스를 타아 하는데 25분 버스는 출근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린다. 10분 버스를 놓치고 나면 15분 여를 기다려야 한다. 이때 36번 버스가 온다면 탈 수도 있지만, 돌아가는 시간을 계산하면 다음에 오는 61번 버스보다 시간상 이득은 없다.


61번 버스는 하차지점인 금남로5가 정류장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약 5분 정도를 걸어야 사무실이다. 총 걸리는 시간이 42분이다. 버스가 제대로 도착할 경우이니 최소 시간이다. 보통은 50분으로 잡아야 한다.


61번 버스가 아닌 다른 대중교통을 출퇴근 수단을 찾아 본 것은 이런 비효율 상황을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 대안은 버스-지하철 연계다.

광주에는 단일 노선인 지하철이 있다. 기점에서 종점까지 40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노선이다. 버스와 지하철 간에 단일 요금체계도 갖춰져 있어, 버스 요금으로 지하철까지 이용할 수 있다.

버스-지하철 연계를 이용하자면, 61번을 타는 버스정류장에서 72번이나 760번을 타고 약 5분 정도 가서 호남대입구역에서 내린다. 이곳에서 2분 정도 걸어 지하철을 타고 금남로5가역에 내려 3분 정도 걸어가면 사무실이다.


이 연계 출근길의 문제 또한 버스배차 시간이다. 이들 버스도 배차 간격이 만만치 않다. 이럴 때는 호남대앞 정류장에 조금 못 미쳐 있는 운천저수지 정류장을 지나는 버스를 탄다.

광주지하철은 버스와 요금에서 연계 체계를 이루고 있지만, 실제 노선에서는 그리 원활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운천저수지에서 호남대입구역까지 5분 정도 걸어야 한다. 지하철 운행 간격도 출퇴근 시간대는 7분, 그 밖에는 10분이다. 이 역시 한 대 놓치면 7분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버스-지하철 연계 수단을 택하면 집에서 사무실까지 걸리는 시간은 35분에서 45분을 오간다.


대중교통을 포기하면 남는 출근수단은 택시, 자전거, 도보다. 도보는 한 번도 시행해 보지 않았지만, 2시간 정도는 잡아야 할 듯싶다. 출퇴근으로 4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걷는 운동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택시를 출퇴근 수단으로 이용하기엔 월급쟁이에겐 무리다. 가끔 늦을 때 이용해 보면 약 15분 정도 걸리는데 비용은 5,000원~6000원 정도다.


이렇게 제하고 남은 수단은 자전거다. 자전거는 골목길도 갈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직선거리를 따른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이다. 신호등이 잘 맞아 떨어지면 25분 정도에도 가능하다. 여기에 운동효과도 있다. 뱃살은 아직 넉넉하지만 옆구리살은 서서히 자리를 비켜주고 있다.


버스, 버스-지하철, 택시, 자전거의 출퇴근 방법을 각각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따져보면 자전거가 가장 앞선다. 버스, 버스-지하철은 출퇴근 비용이 1,900원 들면서 시간이 40분 내외가 걸린다. 택시는 15분 걸리지만, 비용이 왕복 10,000원이 더 든다. 자전거는 30분 걸리면서, 감가상각비를 제외하면 비용은 0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전거를 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니 자전거를 타야만 한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 실제로 날씨만 괜찮으면 자전거가 가장 편하다.


평가하고 관리하지 않더라도 실행이 가능한 것이면 성과지표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 성과지표는 관리비용을 고려해 세워야 하는데, 굳이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관리비용을 쓸 이유는 없다. 내 일상에서 그런 영역은 몇 가지 더 있다. 담배 안 피우기, 커피 줄이기, 아침밥 챙겨 먹기 등은 굳이 관리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다. 그것들은 이미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되었다.  


<용어 설명>
성과지표 : 통상 기업 등의 조직에서 조직이 목표로 하는 바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주요 사업별로 정한 평가기준으로, 성과지표와 함께 목표치가 제시된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배운 성과지표를 개인의 삶에 끌어다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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