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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프로젝트‘생강40’ - 빈틈은 이렇다

 

지금까지 생강40의 시작, 내용, 방법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연재했다. 직장에서 3년 정도 조직 비전과 계획 수립, 성과관리 영역을 맡아 일하면서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틀을 개인에 적용해 봤다.  전망과 관리의 중요함에 동의하며 그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한 개인의 계획을 이처럼 거창하게 나열하고 나니 참 허풍도 심하지 싶다. 몇 차례 글에서 밝혔듯이 당장 1년 후에 온갖 쪽팔림을 다 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오늘까지는 나쁘지 않다.


정착 고민은 생강40의 프로젝트를 구체화할수록 프로젝트의 한계 또한 그 윤곽이 도드라졌다는 점이다. 시험엔 함정이 있고, 계획엔 주의할 지점이 있듯이, 생강40에도 그와 같은 유의사항이 있다고 말하기엔 그 한계가 크고 깊다. 현재까지 확인된 한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한계는 계획 자체의 불완전성에서 생겼다. 생강40은 ‘노을이가 하고자 하는 놀이’를 중심으로 정리됐다. 그 놀이의 내용과 방법이 열거돼 있다. 딱 그만큼이다. 노을이의 생활을 모두 엮고 있지 못하다. 개인의 삶에 대한 총체적 시각으로 기획해야 하는 통합력의 부재다.
경제적 전망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결혼 여부를 비롯한 부분은 언제쯤 한번 매듭을 짓고 갈 것인지, 직장에서의 일은 어떤 흐름을 예측하고 대비할 것인지 등이 생강40에는 없다.


큰 흐름으로 보자면 농촌으로 내려갈 것인지 여부도 확정해야 한다. 농촌에 간다면 언제쯤, 어느 지역을 갈 것인지, 그때는 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등도 계획이 필요하다. 가지 않는다면 서울생활에서 주거는 어떻게 해결하고 향후 노후생활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도 고민할 대목이다. 이를 위한 경제력은 어떤 방식으로 유지해 나갈 것인지도 함께 엮어야 한다.

  

이 한계는 생강40을 계획하면서 동시에 발견했다. 이에 대한 예측과 설계를 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엔 변수가 너무 많았다. 직장만 해도 2012년 봄에 서울로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것을 장담할 수 없다. 이 문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주거와 경제력 등에도 변수로 작동한다. 남들은 안정적이라는 이 작장도 내겐 불안정하기 그지없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을 찾고 있다. 우선은 몇 개의 키워드를 뽑아내 이를 계속 머릿속에 두고 굴리는 방식을 택했다. 일터, 경제력, 결혼 혹은 동거, 귀농, 휴직 및 퇴직 시점 등이 그런 키워드들이다. 어느 것이든 적어도 마흔 다섯 살 이전에는 정리가 될 듯 싶다. 


둘째 한계는 생강40 프로젝트의 정점에 있는 출판과 관련한 한계다. 글쓰고 책을 찍어내는 것까지는 혼자서 노력하면 가능하다. 문제는 그 책의 유통 길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이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통로는 이 블로그다. 블로그에서 책을 홍보하고 블로그를 통해 주문을 받으며, 우편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성공하려면 블로그 방문자가 우선 많고 볼 일이다. 그러나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은 둘째 치고, 이를 의식하다보면 <이웃집, 노을이네>가 애초 지향하고자 했던 성격이 깨질 수 있다. 방문자수를 늘이자면  ‘자극적인 미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그런 미끼는 <이웃집, 노을이네>의 지향과 어긋날 여지가 크다.


한편으로는 출판을 예정하지 않더라도 <이웃집, 노을이네>의 방문자 수를 늘이기 위한 노력은 나름 필요하다. 1인 미디어라는 블로그의 사회적 가치에 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애정이다. 그러나 그 애정과 출판의 유통을 고려하는 길닦기는 마음자세부터 다를 듯 싶다.


생강40이 가진 두 번째 한계에 대한 대안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현재까지는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이 한계가 블로그에서 발생한 만큼 블로그 안에 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 시대에 관계는 묶어둘 수 없다. 대체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면 스스로 엮어진다. 셀수 없는 수많은 정보들이 구애하는 공간은 그 경쟁의 수에 눌려 좌절할 법 하지만, 양을 이기는 건 질이다.
단 한 개의 통로가 열리는 방향에 따라 매트릭스처럼 순간이동도 가능하다. 이건 요행수가 아니라 인터넷의 특징일 뿐이다. 다만 그때까지 블로그의 여러 기능을 좀더 익히며, 제 색깔을 잃지 않은 글을 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조만간 길 한 자락이 열릴 법하다.


셋째 한계는 욕심으로부터 비롯됐다. 직장인이 하루에 쓸 수 있는 개인시간은 많지 않다. 기껏해야 4~5시간이다. 주말을 휴식없이 쓴다 해도 토, 일 이틀 동안 15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반면 한 편의 글을 쓰자면 2~4시간은 걸린다. 이 시간은 생각해 쓰는 글일 때 필요한 양이다. 취재글이라면 시간은 더욱 필요하다. 책 한 권을 읽는다 해도 7시간 내외는 잡아야 한다.


생강40에 있는 계획들에 이런 시간을 대비해 보면 답은 뻔하다. 개인이 가진 시간에 비해 너무 방대한 계획이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각 영역들을 만들어 나갔다.


이 한계를 돌파하려면 생강40의 모든 계획을 일렬로 배치해 동시에 출발시키는 스케줄은 피해야한다. 생강40의 계획들이 가진 연관성을 잘 활용해, 릴레이 마라톤처럼 순차적으로 흘러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지치지 않고 생강40이 흘러갈 수 있는 수로가 될 수 있다.

1월엔 블로그가 출발선을 떠났다. 2월이면 블로그는 속도를 늦출 예정이다. 대신에 옆에서 몸만 풀고 있던 지적탐구가 스타트한다. 아동인권과 르포학습이 함께 출발하지만 여기에도 속도의 차이가 있다.  자전거 캠페인도 몸을 풀고 있다.  

    

통합성의 부재, 출판홍보 통로 부재, 계획의 방대함.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지 몇 가지 생각은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이뤄질 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이런 한계의 경계선을 조금씩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 생강40의 진정한 진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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