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출장길. 오전에 일을 마치고 광주로 넘어가려 터미널에 왔는데 오전 11시 30분이다. 점심 식사를 어찌할까 망설인다. 광주로 가서 먹을지, 여기서 먹고 갈 지. 아침식사를 집에서 6시 30분쯤 했으니 이른 점심은 아니다.
한 1분쯤 뜸을 들이다 순천에서 먹고 가기로 한다. 이렇게 지역을 돌아다닐 때 가는 곳마다 밥을 먹어봐야 한다는 의지가 발동했다. 그동안 순천에서 식사를 몇 번 하긴 했다. 그런데 그리 지역스러운 맛을 느낄 수 없었다. 터미널 근처라 그런가 했지만, 출장길에 맛집을 찾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은 예전에 갔던 식다은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둘러보니 터미널 뒤 일반인 주차장 건너편이 먹자골목이다. 그곳으로 발길을 옮겨 고개를 돌려 골목안을 살폈다. 서너 집이 문을 연듯한데, 국밥정도 먹지 않겠나 싶었다.
문을 연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주인은 골목에서 생선장수에게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식당이기도 하고, 술집이기도 할 분위기였다. 국밥을 주문했다. 잠시후 돼지국밥이 나왔다. 반찬이나 밥이나 그냥저냥 했다. 한참 먹다보니 국밥에 들어간 돼지고기가 신선하다. 씹히는 맛이 난다. 돼지비계도 쫀득하다. 덩달아 막걸리 생각이 절로 든다.
식사 도중에 들어온 손님들은 촌부들 같았다. 얼굴에 주름이 깊고, 옷차림새도 꾸밈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네 명인데, 단골손님인 모양이다. 주인이 아는 체 인사를 몇 마디 건넨다. 손님은 주인이 방금 산 옥돔을 구이안주로 마수걸이 한다. 안주를 기다리는 동안 술잔이 돌고 얘기들로 떠들썩하다.
잠시 후 밥 한그릇을 비우고 국그릇 바닥까지 확인하고는 5천원을 내고 나왔다.
광주에 온 지 이제 10개월 정도 되었는데, 가끔씩 접하는 주변 지역의 음식 맛들이 몸에 배기 시작한다. 생산지가 지척인 곳에서 만나는 이 신선함. 그게 좋다. 가끔 서울에 가면 고기든 생선이든 배고프기 전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 듯하다.
살면서 무엇이 행복일지, 그 거창한 철학적 물음이 허름한 식당의 국밥 한그릇에 따라 나온 하루였다. 오늘은 그냥 그 질문만 쌓아둔다. 언젠가 몸이 답을 찾을 듯 싶다.(201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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