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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자전거의 짝사랑

자전거 짝사랑의 이력

 부제 : 자전거 캠페인을 시작하는 한 개인의 이유
시골에 살던 초등학교 6학년 무렵이었다. 10대의 나이에 돈 벌러 서울에 갔던 누이들이 자전거를 한 대 사 줬다. 그때 당시로 5만원.  키가 작아 안장에 앉으면 페달이 발에 닿지 않았음에도, 용케 몸체 사이로 발을 넣고 자전거를 탔다. 그때부터 자전거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집에서 모내기를 할 때는 막걸리통을 나르는 짐차였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간혹 남원까지 오가는 통근버스였다.


서울로 이사 와서도 자전거는 계속되었다. 96년 2월 <세풀>에는 그 인연을 이렇게 남겼다.  

“그후 그 자전거는 서울에까지 가져왔으나 별 쓸모가 없어 이모부를 드렸다. 92년에 아르바이트 돈으로 자전거를 사서 처음 자전거를 타고 대학에 등교하였으나 학교에서 도난당한 후 1년 정도를 잊고 지냈다. 다시 작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6월에 지리산 등반을 준비하면서 체력단련을 위해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약 10개월을 타고 있다.”


96년 이후, 잠시 학원강사를 하던 시절에도 자전거 통근은 계속되었다. 특히 서울 석관동에서 수유리 학원 수업을 마치고, 한 시간 후에 있는 상계동 학원 수업까지 이어지는 길에 자전거는 용이했다.
99년 9월에도 자전거를 구입했다. 당시에 <세풀>은 9월 3일의 구입기와 9월 6일의 첫 출근길을 함께 적었다.

“자전거를 구입했다. 인터넷 벼룩시장을 보고 밤 7시가 넘은 퇴근길에 둔촌동까지 갔다. 전화로 알아본 결과 새 자전거가 7~8만원 대라고 했다. 가서 확인해 보니 7만원짜리가 있었다.
그 다음엔 9만 8천원짜리.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12만원을 주고 샀다. 뒤에 짐판을 달고, 열쇠를 덤으로 받았다. 내일 택배로 자전거를 받기로 했다.” 


“자전거 출근길,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배낭을 맨 채 자전거에 올랐다. 그 동안 버스를 타고 오가면서 머릿속에 그린 길을 떠올리며 집을 나섰다. 코스는 혜화로터리 - 인권운동사랑방앞 - 창경궁  - 녹색연합앞 - 참여연대 앞 - 광화문. 집에서 여기까지 10분 정도 걸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2번 버스노선을 따라 달리자니, 사직터널이 나온다. 오르막이 있어서 만만치 않은 길이다. 따라서 포기하기로 했다. 광화문 앞에서 좌회전을 받아 세종문화회관 뒤로 돌아 서대문으로 들어섰다. 다시 서대문 - 아현동 - 공덕동로터리 - 마포까지 달렸다. 마포역 근처에 자전거를 세우고 나니 30분 정도 걸렸다. 몸은 땀으로 젖었다. 배낭을 매 더욱 땀이 많이 뱄다. 회사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었다.”  


당시 구입한 자전거는 서울 창천동에 살 때 종종 사무실까지 출퇴근용으로 이용하곤 했다. 이후 자전거이용은 급격히 줄었다. 지금은 서울 사무실 건물 지하 3층에 있다. 아마 먼지가 수북이 쌓이고 바람도 모두 빠졌을 텐데, 언젠가는 가져와야 한다.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생각한 것은 07년이었다. 목동으로 이사 한 후에는 아예 새로 자전거를 구입했다. 1가구 2차 시대가 열렸다. ‘높새’라는 이름도 붙였다.


‘높새’를 만난 이후 자전거는 출퇴근과 더불어 여행용으로도 인식되었다. 그 첫 실험이 07년 추석휴일에 떠난 ‘지리산 둘레 돌기 여행’이었다. 당시 1박2일로 함양-산청-하동-구례-곡성-남원을 돌았다. 이후 이런 여행을 다시 노렸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구상만으로 끝내고 말았다. 지난해 말, 담양과 광주를 오간 게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주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전거 여행은 로망이자 즐거운 삶의 수단이다.


자전거 캠페인 구상은 이런 개인의 이력에서 시작되었다. 자전거타기가 트렌드를 형성한 사회 분위기도 고려했다. 무엇보다 재미도 있으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지구에도 이로운 무엇을 한다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다. 교통수단에서는 약자에 속하는 자전거를 위한 자유찾기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도 허풍은 아니다. 그런 캠페인을 하고 싶다.


“그동안 두어 차례 자전거 여행을 다녔다. 그때마다 지방도로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자전거 여행이 이뤄질 수 있겠다고 느꼈다. 갈수록 고속화 도로 개발이 빈번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지방도로에서 차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 영역을 자전거와 공유하자는 생각과, 어차피 떠나는 자전거 여행에 공익성을 더하자는 생각이 서로 엮였다.”


생강40에서 밝혔듯이 지금은 이만큼이 사작이다. 벌써 하고 싶은 캠페인 내용이  많다. 틈나는 대로 생각을 풀어갈 계획이다.  그 생각이 풀리는 만큼 지구자전거의 짝사랑도 깊어갈 듯 싶다. 모든 사랑의 시작은 짝사랑이다. 이 사랑의 끝은 알 수 없으나, 과정은 무척 기대된다. (201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