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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지성 빠진 맨유가 청용 낀 볼튼에 밀렸다


'지성 빠진 맨유가  청룡 낀 볼튼에 밀렸다.' 
2월 7일 0시. 이 시간은  한국의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중계 역사에 새로운 날이 될 듯하다. 이 시간엔 박지성이 소속된 맨유와 포츠머스의 경기가 열리는 시간이다. 물론 동시에 다른 프리미어 리그 팀들의 다섯 경기도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지난 해까지 프리미어리그 중계는 엠비씨 이에스피엔(mbc espn)이 맡았고, 올해부터는 에스비에스 스포츠(sbs sports) 가 중계하고 있다. 그동안 박지성이 맨유에서 뛴 이후 거의 매경기를 생중계로 진행해주던 방송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생중계에서 밀렸다. 대신 그 자리를 최근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청룡이 소속된 볼튼과 풀럼의 경기가 차지했다. 
잠시 포털을 검색해 확인한 이유는 맨유 경기는 박지성이 선발선수가 아닌 후보선수로 돼 있기 때문이란다. 반면 볼튼 경기엔 이청용이 선발로 뛴다.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럽다.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혹 박지성이 뛰지 않더라도 '당연히'  맨유경기를 중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티비를 켜고 한 10분 정도를 헤맸다. 
경기 시간을 잘못 알았을까? 맨유 경기가 갑자기 취소되었을까?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도 해 보고,  맨유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봐도 일정은 변화가 없다. 현재 진행중이다. 
 
이 당황스러움은 나만 느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현재 sbs스포츠 홈페이지는 열리지 않는다.  다음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맨유 포츠머스'가 4위로 올라갔다. 네이버에는 검색어 2위로 표시된다. 맨유 경기를 생중계하는 인터넷을 소개하는 사이트도 열리지 않는다. - 이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시간이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맨유 경기를 보려 했던 나같은 이들의 당황스러움의 흔적들이 아닐까 싶다. 

맨유 경기를 시청하게 된 계기는 박지성이다. 그가 프리미어리거가 아니었다면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지금만큼이나마 알 계기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프리미어리그는 단지 박지성 때문에  시청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느새 그들의 뛰어난 경기력에 빠져들었
다. 박지성 덕분에 맨유의 다른 선수들을 알게 된 만큼 살짝 팬도 되었다.  그러니 굳이 박지성이 선발로 나오지 않더라도 맨유 경기에 빠져들 이유는 충분하다.

이런 과정에서 스포츠에서 국적을 넘어, 경기력을  택하게 됐다. 비록 우리나라 선수가 뛴다 하더라도 그 팀의 경기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그 경기를 밤새며 볼 이유는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그라운드에 선 지성의 유무를 떠나 맨유를 보고 싶었다. 거기에 박지성이 뛴다면 더욱 더 흥미를 더해 주지만, 그가 후보일지라도 지난해 9월에 열린 맨시티와 4-3 경기처럼 맨유가 멋진 플레이를 펼친다면 충분히 만족한다.  

오늘의 맨유도 그런 관심사로 충만했다. 비록 지금 열리는 경기가 최하위인 포츠머스와 경기지만, 맨유로서는 선두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루니의 성실함과 그 성실함을 증명해주는 골도 기대되는 바다. 자신만을 믿고 뛰는 듯하던 나니가 팀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관전포인트다.  

그런데, 오늘 에스비에스 스포츠는 경기수준보다는 국적을 택했다. 물론 이청용으로만 놓고 보면 단지 국적만의 선택은 아니다. 최근 활동이 보여주듯이 그도 충분히 잘 뛰는 선수다. 그만큼 관심도 간다. 하지만, 청용이 속한 볼튼의 경기력은 지성을 둔 맨유의 경기력에 일반적인 평으로 봐선 비교할 수 없다.

뛰어난 경기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맨유를 버리고, 한국인 이청용이 뛰는게 확실한 볼튼을 택한 오늘 에스비에스 스포츠의 선택. 아마도 내 인생에서의 뉴스거리로는 충분할 듯하다.  

지금, 거실에 있는 티비에서는 블튼의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다. 중계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지금,  포털사이트에는 현재 진행되는 프리미어 리그 여섯 경기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볼튼전은 0:0이고, 맨유는 5:0으로 앞서고 있다. 
지금, 생중계 시청 대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맨유 생중계가 밀린 날이 오늘만은 아니었겠지만 내 뇌는 오늘만을 기억하고 있다. 문득 지성이 맨유에서 빠지면 영원히 맨유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스친다. 아! 어느새 나도 프리미어리그에 이만큼 중독됐구나!


<사진설명>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해 에프시 서울과 경기를 펼치던 맨유. 이날 망원렌즈가 없음을 통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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