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8월, 새벽에 불현듯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5시 무렵이었다. 보통 때는 아침 6시에 일어나는데 이날은 의외였다. 다시 잠을 잘까 하다가 창밖에 드리운 아침 여명을 보았다. 어쩌면 일출을 볼 수도 있겠다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옥상으로 올라갔다.
수평선이나 지평선에서 고개를 내미는 일출은 아니었지만, 아침 해의 붉은 기운이 하늘가의 구름
컴퓨터에 사진을 다운 받고 나서야, 그 여명이 그리 아름다운 줄 새삼 깨달았다. 그날의 그 아침은 나만의 아침은 아니었다. 그 누가 일출을 보려 했다면, 그런 장관을 맛보았을 터였다. 그래서 그 아침의 풍경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사진을 고른 후 몇 글자 덧붙였다.
사진과 함께 쓰는 글은 굳이 많은 내용이 필요없었다. 사진은 이미 사진대로 충분히 얘길하고 있으니 거기에 슬쩍 글쓰는 이의 시각만 드러내면 된다. 내가 맞춘 시각은 '당신도 모를 당신의 새벽'이었다. 어느 아침이든 그렇게 열리지만 막상 마주하지 못하면 알지도 못하고 지나버리는 그 순간. 그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그만이었다.
당신의 새벽
아침 해가 지상에 막 오르려는 찰나였다.
토해놓은 빛들이 동천 운무에 옮겨 붙었다.
구름은 불잉걸이 됐다.
찬란했고 찬연했다.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모든 빛들이 사그라들었다.
그 하루는 내내 먹구름과 비로 흘러갔다.
새벽노을은 상상도 불허했다.
하여 기꺼이 전령이 되련다.
당신도 모르는 당신의 그 새벽은 찬란했고 찬연했다고.
당신의 오늘 하루 또한
그 선연한 빛들로부터 열리지 않았을까!
그날 오후 5시 무렵. 다시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침의 그 빛이 감돌던 하늘이 어찌
불과 12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새벽의 붉은 빛은 간 꿈처럼 사라져버렸다.
'My Writing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항이 희망 (0) | 2010.04.22 |
---|---|
선영이는 행복하다(상) (0) | 2010.04.11 |
<My Writing Story> 연재를 시작하며 (0) | 2010.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