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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연모, 추모


 
 
자전거 여행을 떠나려다
 비가 내려 가지 못한 이른 아침

 당신은 
 훌쩍 
 떠났군요. 
 살아온 길을 스스로 지워내며 
 되돌아올 길을 스스로 지우며.

            당신이 믿었던 신념들과  

            당신이 가꿔왔던 가치들과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할 짬도 스스로 거둬 버리고 
그렇게 훌쩍 떠나버리셨군요
 

대통령,

대통령이라서 좋았습니다.
여전히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5년을 늦추는 그 자리에 있어줘셔 좋았습니다. 
대통령,
대통령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그 막강한 권력을 스스로 덜어내려 해서 
거추장스런 대접들을 부단히 거둬내려 해서 좋았습니다. 


아!
오늘 아침 봉화마을에 
굵은 장대비라도 내렸다면
어쩌면 
그 비라도 당신의 발길을 막아주지 않았을까요 
이런 비보를 듣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지 않았을까요


그곳에도 길이 있다면
오직
평탄한 길로만 발길을 내십시오 
그곳에도 꿈이 있다면
오직
맺어지는 씨앗들만 뿌리십시오 
그곳에도 사람이 있다면 
오직
당신의 길과 꿈을 돋궈 줄 이들로만 벗삼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님 
꼭 그렇게 
새롭게 다음 생을 사시길 바랍니다.  


이제
우리에게 무엇이 남았을까요
슬픔, 그런 거 말고
분노, 그런 거 말고  
비통, 그런 거 그런 거 말고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당신의
부재만이 확인되는
5월의 흐린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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