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1코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성산일출봉이다. 일출봉은 바닷가 끝에서 머리를 쳐 들고 있는 그 형상만으로도 나그네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성산은 욕심이 많다. 그것이 동쪽에서 솟아 해와 함께 하루를 여는 운까지 덧붙었다.
성산은 해가 떠올라야 비로소 일출봉이 된다. 해가 솟을 무렵은 세인들에겐 그저 아침이다. 그럼에도 일출봉의 주변은 소소한 것들의 바지런함이 함께 한다. 밤새 어느 바다를 건너왔는지 멀리 고깃배들은 일출과 더불어 귀항한다. 배들은 고요보다 깊게 물살을 가른다. 막 솟아오른 해의 정기를 한 조각 가져갈 자격은 충분하다.
분화구를 둘러싼 돌조각들은 불변이 진리가 믿는 듯하다. 톱날처럼 바다와 하늘을 경계한다. 그럼에도 해가 솟으면 제 역할을 찾아낸다. 바다와 땅의 경계를 찾아 상산의 존재를 만든다. 해가 솟으면 밤새 품안에 두고 있던 분화구 안의 생태를 드러낸다. 세인의 발길은 금지된 곳, 오직 솟아오른 해만이 매일 가장 먼저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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