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부터 10일까지 경기도가 주최한 ‘2010년 정신장애인 인권향상을 위한 존중과 회복의 자전거여행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신장애인 15명과 함께 수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1번 국도를 따라 해남 땅끝마을까지 가는 여행이다. 이 여행이야기를 세 차례 걸쳐 싣는다.>
6월 7일 월요일 아침 6시 20분 수원 누이집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경기도청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이번 자전거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틀간의 자전거여행을 두 번 정도 떠나본 경험과 조심스레 자출족이라 자칭한다는 정도가 그나마 밑천이었다. 준비는 자전거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엔 광주천변을 달려본 것과 며칠 전부터 음주를 자제했던 것이 전부였다. 오직 그 정도만 믿고 7일 오전 7시30분 해남 땅끝을 향한 4일간의 여정에 올랐다.
그 다음날인 6월 8일 오후 5시 무렵이었다. 전북 삼례를 10여 킬로미터쯤 남겨둔 지점부터 일행 중 7명만 1번 국도를 달렸다. 다른 일행들은 차를 타고 삼례로 이동 중인 때였다. 공사중인 도로라 자전거 이동이 어려워 점프했다. 7명은 자전거를 실을 차 공간이 부족해 자전거로 이동했다. 이들은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일행에 나도 자원했다. 일행은 시속 20킬로 정도로 국도를 달렸다. 나 역시 그 속도로 따라 붙었다. 30여분 후 나는 일행과 함께 목적지인 우석대에 도착했다.
맘껏 달린 끝인데도 몸은 생생했고 상쾌했다. 체력은 둘째 날이 고비인데 오히려 컨디션은 첫날보다 나았다. 이런 상황은 셋째, 넷째 날도 달라지지 않았다. 허벅지 근육이 아플 듯한데도 평상시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자전거 탈 때 가장 곤욕 스러운 엉덩이도 아프다고 느낄 수 없었다.
체력엔 스스로도 놀랐다. 오르막을 오를 때도 숨이 가프지 않았다. 더욱이 여행하는 동안 거의 대부분 시간을 자전거 기어를 올리지 않고 3단×7단에 두고 달렸다. 자연히 다리에 힘이 많이 들었지만 그것이 피곤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통상 기어는 1단×1단에 가까울수록 다리에 힘이 덜 든다.
체력이 든든하게 받쳐 주니 자전거 여행을 좀 더 의미 있게 즐길 수 있었다.
여행단은 기본적으로 앞뒤로 보호 차량을 배치했다. 여행단이 가는 동안 차들이 2차선에 끼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사거리나 끼어드는 옆길이 있으면 인솔자 중 한 명이 나와 혹시나 끼어들기를 하려는 차량을 관리했다.
여행단은 평지를 달릴 때 두 명씩 짝을 지어 길게 한 행렬로 달렸다. 그러나 오르막에선 상황이 바뀌었다. 오르막이 10여분 지속되면 앞쪽의 10여명을 제외하고는 제각각 자신의 속도에 따라 간격이 벌어졌다. 후미에 속도를 맞추면 앞서 가던 이들마저 자기 속도를 잃어버려 여행단 모두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운영진에서는 둘째날 평가회 때 여행단의 그룹을 크게 세 부분까지 나누고 각 부분마다 이를 관리한 인솔자들을 배치했다.
셋째 날부터 행렬의 중간이나 뒷부분에서 인솔자 역할을 맡았다. 행렬에서 뒤떨어져 한두 명씩 남은 이들에게는 인솔자가 붙었다. 뒤쳐진 사람을 길 바깥쪽에서 달리게 하고 인솔자는 1차선 쪽으로 붙었다. 한 개 차선을 모두 붙잡고 가긴 했지만 1차선으로 달리는 차들을 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달리다가 뒤쪽에서 다른 인솔자가 붙으면 다시 앞으로 달려 또 덜어진 사람들 옆에 붙곤 했다.
간혹 두 명만이 2차선 도로를 점유하고 달리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동안 홀로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가급적 갓길로만 달렸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가급적 2차선 안에서 달렸다. 그것도 자전거를 두 줄로 만들었다. 두 명이 달리더라도 도로 한 차선을 완전히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이때는 자전거 백미러를 통해 달려오는 차들이 있으면 손짓하여 1차선으로 유도했다. 이처럼 바깥차선을 점유하고 달릴 때는 비로소 자전거가 도로를 달리는 한 성원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갓길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었다. 자전거 동호회 회원에게 들으니 갓길엔 잡동사니가 많아 오히려 펑크가 날 수 있어 더 위험하다고 했다. 달리는 자전거가 갑자기 펑크난다면 그 또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 자전거여행에서 배운 것은 ‘갓길 주의’만은 아니다. 자전거동호회 ‘바람난자전거’의 김덕훈씨는 “자전거는 힘이 아니라 페달링으로 타는 것이다”고 얘기했다. 힘으로 타는 이들은 나처럼 오직 다리의 힘으로 자전거 페달을 굴린다. 이는 기어비를 3단×7단에 맞추고 달리다가 오르막이 있으면 그때서야 기어비를 조정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 자전거 탈 때 체력을 많이 소모한다. 통상 자전거를 탈 때는 체력의 60%만 소모해야 하는데, 나처럼 탈 경우 젖산이 분출돼 몸이 어느 순간 퍼져버리게 된단다.
이를 극복하는 방식이 페달링이다. 페달링은 페달을 돌리는데 힘이 들지 않는다고 느낄 정도로 기어비를 맞춰놓고 페달을 빨리 돌리는 방식이다. 통상 앞 기어는 2단에 맞춰두고 뒷기어는 6단이나 5단에 조정해 둔다. 이 상태를 유지한 채 평지든 고개든 지속적으로 탄다. 이때 뒷기어를 얼마로 맞출 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1분당 70~90회 정도 돌려도 힘이 들지 않는 정도면 된다. 옆에서 보면 페달을 열심히 구르는데 자전거는 잘 나가지 않는 듯 보이는 상태다. 힘이 크게 들지 않으니 페달링은 장거리여행에 적합하다.
이 장점을 들었음에도 페달링에 적응하기까지는 의외로 시간이 많이 들 듯싶었다. 셋째날 페달링에 도전하겠다고 앞 기어를 2단에 두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포기했다. 3단에 맞추고 달리던 습관에 익숙해 2단에서는 도무지 페달 밟는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열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게 낫지만 독수리타법에 익숙해져 버려 좀처럼 바꾸지 못하는 꼴이었다. 그나마 땅끝전망대를 오를 때 앞 기어를 1단에 놓은 덕에 주차장까지 오를 수 있었는데, 그게 페달링에 도전할 여지가 될 듯싶다.
체력에 대한 자신감, 도로차선 안으로 달리기, 갓길 주의, 페달링 기법의 발견. 이 네 가지가 이번 4일간의 자전거여행에서 확인하거나 터득한 것들이다. 이것이 또한 이번 자전거여행의 소득이기도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덕에 노을이의 자전거여행은 좀더 빈번해질 듯 싶다.(201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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