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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그날을 기억하라



지인이 모슬포에서 방어회를 준비했다기에 다른 지인들 둘과 제주시에서 모슬포로 승용차를 타고 달렸다. 오랜만에 만난 모슬포 지인은 방어회를 준비해두었다. 편의점에서 소주와 맥주를 구입해 집으로 갔다. 집에서는 지인의 남편이 방어회를 준비했고, 이를 안주삼아 소맥을 마셨다. 술 자리에서 지인의 딸과 놀기도 한 것까진 호칭일뿐이라도 '삼촌'으로서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거기까지가 딱 좋았다. 

이후 삶이, 시간이, 방어회가, 지인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용케 닫힌 창문을 뚫고 빛살 한 줄기가 들듯 기억 몇 가닥이 기억에 난다. 지인들이 노래방을 이끌었던 것. 그리고 뱃속의 내용물들이 겁없이 올라왔던 것, 노래방에서 나와 이제 집에 가자고 했으나 차를 마신다며 다시 모슬포 지인의 집으로 들어갔던 것,  그곳에서 다시 지인의 화장실에서 내용물을 확인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 집을 나오면서 가방을 두어 번 정도 챙겼던 것, 그것들이 모두 어둠을 꿇고 온 빛살들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어둠에 가려 기억할 수가 없었다.  노래방에서 노래는 부르긴 했는지, 노래방 비용은 누가 지불했는지. 다른 지인들에게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는지.  

그런 어둠을 뚫고 문이 열리듯 빛쌀이 가득 들어온 때는 다음날 아침 6시 경이었다. 눈을 뜨니 어느 여관 침대였고, 옆에는 한 지인이 자고 있었다. 제주시 지인들과 함께 대리운전을 불러 제주시로 넘어왔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후 허망한 하룻밤의 유흥가운데 명확한 팩트 한 가지를 핸드폰 문자메세지에서 발견했다. 새벽 1시 11분에 결재한 여관비 3만원이다.  

도대체 그 정신에 카드 계산은 어찌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더욱이 그 정신에 굳이 내가 계산하겠다고 우겼을 법한데 어찌 그리 정신머리가 그 순간에 잘 박혀 있었는지도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만나면 이 정도 계산은 하는 게 합리적 지출이다.  -  도대체 그 과정은 알 길이 없지만 핸드폰에 찍힌 문자메세지는 오늘, 말한다. 
'그날을 기억하라'(20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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