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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30년 작정할 실험의 5년


 



그곳엔 도예공방이 있다. 공방의 주인은 토우들이다. 처마에 걸려 있는 사람, 장독대에 올라 앉아 있는 사람, 창문 틈새로 나란히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흙으로 빚어졌다. 토우는 함박웃음을 지는 형상이 많다. 미술관엔 그릇들도 군데군데 ‘설치’됐다. 깨진 잔들이 처마 끝에서 매달려 하늘을 올려다보는가 하면, 방 안에 물건을 올려두던 ‘살강’ 위에도 가득하다. 공방은 옛 초가를 활용했다.


전남 담양군 무월마을에 있는 이 허허도예공방은 주민 송일근씨의 작업장이자 전시장이다. 마을 이장인 송씨는 도예가이기도 하다. 둘러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지만 평범한 농촌마을이라 몇 년 전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공방에 사람들의 발소리와 말소리가 자주 들렸다. 그 소리를 끌어드린 배경엔 ‘행복마을’이 있다.


문화재예방관리센터는 지난 10월에 두 차례에 걸쳐 1박2일 일정으로 팸 투어를 운영했다. 전라남도가 운영하는 행복마을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인 팸 투어엔 언론사 기자나 여행 동호회 회원 등 70여 명이 함께 했다. 전라남도는 2005년도부터 "낙후되어 있는 농어촌 마을을 사람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 현 주민들과 후손들이 정착하고, 도시민들이 돌아오는 마을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행복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복마을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주택을 한옥으로 개량하고 관련 시설을 정비한다. 한옥을 지을 경우엔 최대 4천만원 지원, 3천만원 융자 등의 혜택도 있다. 또한 주민 소득증대를 위해 마을별 특화 작물을 재배하거나, 한옥 민박, 체험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송일근씨가 사는 무월마을도 행복마을이다. 무월마을은 한옥이 곳곳에 신축돼 있고, 떡차 만들기, 토우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무월마을을 찾는 탐방객이 하나 둘 늘었고, 송씨가 운영하는 미술관 또한 탐방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전남도는 2010년 10월 현재 74개의 행복마을을 선정했다. 62개 마을은 기존 마을에 한옥을 짓는 형태고, 12개는 새로운 마을이다. 이렇게 지어진 한옥은 총 1,028동, 전입자는 375명이다. 또한 한옥을 지으면서 한옥 관련 일어 종사하던 이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게 되었다.

 

이번 팸 투어에서는 구례군의 오미리마을과, 함평군의 상모마을, 오두마을도 들렀다. 금환락지의 명당에 들어선 운조루와 곡전재로 유명한 오미리마을은 모범적인 행복마을에 든다. 오미리 입구엔 한옥 10여 채가 모여 새로운 마을을 이뤘다. 기존 관광지에 한옥마을이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됐다. 함평군 또한 한옥마을이 들어서면서 체험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상모마을은 녹차떡 만들기 체험과 한옥민박 체체함 프로그램이 운영한다. 지난 10월 17일에도 30여명의 가족체험단이 시루를 이용해  떡케잌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오두마을엔 기존에 있던 야생화공원 관람과 더불어 국화꽃심기 체험프로그램도 등장했다.


행복마을이 준 시너지는 현재에서 그칠 것 같진 않다. 그런 가능성은 지난 10월 30일 밤 곡전재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밤 8시 무렵 곡전재 안채 옆 뜰에선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가객 정용주씨가 통기타를 들고 나와 가을밤에 어울리는 노래를 불렀다. <님은 먼 곳에> 등의 노래는 옆뜰의 연못과 뒤뜰의 대숲, 한옥처마 등을 쓰다듬으며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곡전재의 주인 이병주씨는 이 음악회에 감동해 즉석에서 가객에서 교통비를 건넸다. 음악회는 팸 투어의 일환이었지만 행복마을 프로그램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 싶었다.


외국의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작은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30년을 잡고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한 사람의 삶에서 30년은 짧지 않지만, 사람이 섞이고 문화가 습합돼 한 마을이 변화하는 데는 긴 시간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 5년 된 행복마을은 실험이다.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한옥의 형상 등이 아쉬움을 주지만, 그것까지도 실험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실험을 전남도만이 아니라 한 번쫌 농촌 생활을 꿈꾼 이들도 지켜보고 있다.(20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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