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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랑 놀랑

인권옹호자들과의 만남, 반갑다

캠페인 ‘편견이 장애다’ 중간 결산을 하며

 


한 정신장애인이 치료 목적으로 다이어트를 약속하고는 치료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결국 질환이 재발해 직원을 실망시켰다며 미안해한다. 다른 정신장애인은 퇴원은 했지만, 마땅히 돌아갈 곳이 없어 끝내 시설로 되돌아온다. 또다른 정신장애인. 그는 백일장 대회에서 시를 대신 써 주겠다는 직원의 달콤한 유혹을 물리치고 직접 써 1등에 당선됐다.  

지난 8월 13일부터 <전북일보>에 연재되는 ‘편견이 장애다’에 소개된 내용들이다. 이 연재는 전라북도, <전북일보>,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조금이라도 해소하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


지난 2009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를 펴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그 어떤 이들보다 심해, 모든 사람이 가진 기본권 권리인 최소한의 자기결정권조차 무시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고려해 국가인권위는 2년여 동안 실태조사와 토론회 등을 거친 후, 정신장애인이 한국 사회에서 처한 현실과 그 개선 방향을 정리했다. 이번 캠페인은 국가보고서가 제시한 주요 과제 중 편견 해소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정작 정신장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캠페인에 글을 기고한 이들이다. 이번 연재에는 전북지역에 있는 정신병원, 정신요양원, 사회복귀시설, 보건소 등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정신보건사회복지사, 간호사, 정신보건간호사 등 2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7월부터 글쓰기 교육을 받고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함께 의논했다. 참

가자들 중엔 글쓰기를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작 약속한 날에 원고를 마감했다. 글을 쓰기 전엔 정신장애인을 인터뷰하는 수고와 함께, 글에 주인공으로 등장해도 좋다는 정신장애인의 허락을 받는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쓴 글에는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직원으로서의 마음도 담겼다. 한때 시설에서 생활했던 정신장애인을 만났으나 반가워도 세인의 시선을 염려해 인사를 건넬 수 없는 직원의 마음은 세상의 편견을 원망한다. 때론 정신장애인의 얘기치 못한 마음에 “그들의 아픔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고백도 있다. 정신장애인 부부가 아이들 키우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가진 “편견이 하나둘 깨지는 것”도 느낀다. 직업재활을 받아주는 회사를 6개월 가량 찾아 헤맨 열정도 담겼다.


이런 마음들이 연재글에 녹아들어 정신장애인들의 현실을 표현했다. 그러니 소재의 새로움과 더불어, 시선이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편견과 선입견이 없다. 실제 이들은 “흔히 정신장애인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함께 생활하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말을 종종 한다. 


캠페인 연재글은 내일로 중간지점까지 달려왔다. 편견을 걷어낸 시선으로 본 정신장애인들의 삶은 내일 이후 10회 더 연재된다. 앞으로도 연재글을 통해 정신보건시설에서 일하는 이들의 마음을 읽고 싶다. 이들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인권옹호자들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20101008)


* 이 글은 지난 10월 <전북일보>에 게재됐다.
* 사진은 지난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이 지난 7월 글쓰기 학습에 참여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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