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규칙을 일방적으로 정한 것,
용의검사 해서 더럽다고 아이 기죽인 것,
웅변으로 글짓기로 북한을 적으로 가르친 것,
1등과 꼴찌를 발표한 것…“
경기도 성남시 은행초등학교 이상선 교장이
학교 강당에서 가진 퇴임 강연은
44년 5개월 동안 저지른 죄에 대한 참회로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저지른 큰 죄는 3가지입니다.
바로 민주주의 교육 못한 죄,
통일교육 제대로 못한 죄,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몬 죄…."
그러나 이 참회는 ‘거짓 참회' 였습니다.
전국 최초로 소년신문을 거부한 것도,
운동장 조회를 없앤 것도,
우등상 대신 코미디상 노래상을 만들어 아이들 모두에게 상을 준 것도,
이상선 교장이 한 일이었습니다.
남들답지 않은 이런 행동 때문에 이 교장은
교장회는 물론이고 동문회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아픔도 겪어야 했습니다.
인터넷 신문에 실린 이 교장의 이야기를 읽던 날,
교육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 앞서
가슴을 밀고 올라온 것은 뿌듯함과 희망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자기성찰에 솔직한 이가 살고 있다는 것,
아픔을 감수하면서도
옳다고 믿는 일에 몸을 던질 줄 알고,
자신의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할 줄 아는 이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했습니다.
그 뿌듯함은
‘희망’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