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공사 견적 1천만원에 '셀프시공'으로 대응
영종도공방 현지로케 무산, 늘어나는 가구도면
40대 비혼남의 새 집 이사 25일간의 블록버스터
<나 혼자 간다> 1주차 촬영 일기
#2. 토요일에 추가공사를 위해 현장에서 시공업체 대표 봄봄을 만났다. 추가공사 범위 등을 공유하고, 예상비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두 시간 동안 현장에서 얘기를 나눴다. 공사비는 1000만원이 넘는다. 일단 몇 가지 정리하고 되돌아왔다.
주말을 보내면서 추가공사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비용도 부담이었다. 월요일에 공사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다. 우선 풀어야 할 것이 타공판 설치다. 고민하다가 다시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끝내고는 한 가지 마음길을 열었다. 공사를 직접 하자! 이름하여 셀프시공, 월요일 저녁엔 집 근처 샷시공사 업체를 방문해 견적을 의뢰했다. 본격적인 비용 줄이기를 시도했다.
#3. 화요일. 이삿짐 센터 견적을 받았다. 이사 방식은 간단하다. 모든 짐은 내가 싸고, 모든 짐은 내가 푼다. 이삿짐센터는 내 짐을 옮겨주는 것이면 족하다. 포장이사도 반포장이사도 아니다. 반포장이사나 일반이사는 비용에 큰 차이가 없단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이사비용을 너무 높게 잡아, 예산보다 비용이 줄어들었다.
내 짐을 내가 싸기 위해 사과박스가 필요한데 사과박스비는 별도란다. 한 개에 대략 600원 내외. 처음엔 구입을 부탁했다가 근처에서 박스 파는 곳을 발견하고는 내가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사는 당일 오전 중에 끝낼 예정이다.
#4. 수요일. 목재구입을 위해 영종도목공소에 제재도면을 그려 넘겨야 하는데 더디다. 설계도면을 그릴수록 새로 만들고 싶은 가구들이 늘어난다. 이러다 이사를 전후해 가구만 만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마음만 조급하다. 얼추 계산해보니 목재값만 200만원이 넘는다.
#5. 목요일. 영종도에 목공소를 차린 지인이 제재도면을 받아보고는 코멘트를 해줬다. 결과적으로는 영종도목공소에서는 어렵다는 것. 일이 틀어졌다. 나무를 자르지 못하면 목공 작업은 난항이다. 나무를 원하는 형태로 잘라주는 곳이 없지 않지만 목재값이 인천도매상보다 두 배 넘게 비싸다. 이렇게 되면 목공은 모두 어렵게 된다.
지금 내가 하는 목공은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다. 이걸 만들지 못하면 수납이 불편하고, 결국 가구를 사야 한다. 몇 번을 자문한다. 그냥 사면 안되겠니? 유난떠는 것 아니니? 돌아오는 답은 간단하다. 하자. 한 번 있는 일이고 한 번 있는 기회다. 내가 언제 이처럼 뭔가를 만들겠나!
#6. 금요일. 막혀있던 목공의 길이 뚫렸다. 서너 가지 대안을 놓고 고민하다가 목공을 배우는 공방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정의 미용을 내면 제단이 가능하다는 것. 이제 목공작업의 활로가 열렸다. 영종도에서 구수동으로 장소만 바귀었을 뿐, 블록버스터는 계속된다.
#7. 토요일. 오후엔 을지로가 나가 잭꽂이를 만들 로프를 사왔다. 맘에 드는 모양이 없었지만, 로프는 디자인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다. 3만3천원. 그런데 난 왜 로프값을 이렇게 높게 예산을 뽑았지? 책을높게 해놓고 그보다 적게 지출했으니 절약한 것인데, 어째 이상하다.
#8. 일요일. 도면을 그리기 위해 다시 현장을 방문했다. 월요일엔 목재 구입량을 공방에 알려줘 구매를 해야하니 당장 필요한 것들은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책꽂이는 밧줄 꿸 자리를 정확히 맞추는 게 관건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치수를 일일이 확인하고 고리를 정 위치에 맞췄다. 오후엔 현장에 나온 현장소장님, 목수님과 점심 겸 막걸리도 한잔 했다. 언젠가는 식사 한끼 대접해야 겠다 생각했는데 우연찮게 점심을 사게 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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