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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두번 째 유럽 3 - 서점이 된 성당의 매력


 

EIPA에서의 두 번째 날에는 어제 소개한 유럽 지역 각 국가들의 혁신과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언급되었다. 9시부터 시작된 오전 강의에서는 덴마크의 지방자치 개혁, 대규모로 이뤄진 벨기에의 개혁 프로그램, 보스니아와 헤르제고비나의 경찰 개혁사례 등이 다뤄졌다.


덴마크의 경우에는 국민들이 세 부담의 증가 없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를 두고 개혁이 이뤄졌다. 이를 위해 지역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했다. 그에 따라 주 정부에서 일하던 공무원의 수는 줄었지만 지역정부의 업무를 맡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공무원 감축은 없이 이뤄졌다. 이를 두고 강사는“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더 나은 서비스와, 세금의 감소, 공무원 감소 등이 있었는데 이에 정부는 만약 공무원 숫자를 줄이면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말로 국민들을 설득했다”고 했다.


벨기에의 개혁 프로그램은 인사관리 등의 영역에서 이뤄졌는데 이를 두고 내린 평가에 대해 강사는 “단기적으로 보면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개혁의 성패가 단기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변화관리에 있어서 한 분야에서 답을 찾기는 어렵다”며 “모든 분야가 잘 이뤄져야가 변화관리를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스니아와 헤르제고비나의 경찰 개혁사례는 유럽연합이 국가에게 강제한 경우였다. 개혁이 이뤄지는 동안 당사자 국가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이를 조절한 것은 유럽연합이었다.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럽연합 가입이 늦어진다는 것이 강제 수단이었다.


오전 강의부터는 피로가 몰려왔다. 핑계를 대자면 시차부적응일 수도 있었으나, 밤늦게까지 나눈 술자리도 원인에서 제외하긴 어려웠다. 많이 마셨다기보다는 그만큼 잠을 자지 못한 게 이유일 듯 했다.

 

점심을 먹고는 혼자서 길을 나섰다. 마스트리히트 걷기. EIPA에 오던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골목을 따라 걷다가 다시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어느 가게 앞을 보니 빵을 만드는 기계가 전시돼 있었다. 다시 길을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성곽이 보였다. 성곽 앞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어느새 가랑비가 내렸다. 카메라가 젖는 것만 비한 채로 그냥 걸었다. 성곽은 100여 미터 정도 이어졌다. 성곽 틈새로 안쪽을 보니 음식점이 있었다. 그곳엔 정원이 아담하게 꾸려져 있었다.

성곽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다시 골목으로 연결되었다. 낯선 길을 들어갈수록 한편으로는 돌아갈 길을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길을 잃지 않을 듯 했다. 다시 낯선 길을 따라가다가 반가운 이들을 만났다. 길 반대편에서 예닐곱 명의 일행이 나처럼 산책을 하는 중이었다. 두어 마디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 이제 굳이 온 길을 되돌아가지 않아도 EIPA에는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EIPA로 돌아오니 시간이 10여 분 정도 남았다.


오후 1시가 시작되어 강의가 시작되었으나 몇 몇 일행이  조금 늦었다. 알고 보니 거리를 산보하다가 길을 잃었단다. 그래서 이정표로 성당의 첨탑을 찾아 EIPA앞에 있는 성당인 줄 알고 갔는데 그곳이 아니었단다. 마스트리히트에는 오래된 성당이 서너 개는 돼 보였는데 잠시 착각을 한 것이었다. 


오후 강의는 인적자원관리의 새로운 흐름을 개관하고 성과관리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인적자원관리는 인사와 관련한 통상적인 내용들을 언급해서 그리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성과관리는 개인적 관심사라 좀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성과관리를 하면 으레 불거지는 목표치의 하향화, 아웃컴을 전제로 한 성과지표 개발, 평가에 대한 수용성 제고 등을 유렵에서는 어떻게 이뤄내는지가 궁금했다.
강의를 듣고 난 후 이 모든 궁금증을 풀 수는 없었다. 다만 확인할수 있었던 것은 내가 겪고 있는 성과관리의 과제들이 유럽에서도 똑같은 과제라는 점이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밖에는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날씨를 좀처럼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오후 강의가 끝나고 저녁 일정은 조별로 움직였다. 우리 조는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마스트리히트 구 시가지의 중심가를 걷던 일행이 처음 간 곳은 '셀렉시즈 도미니카넨' 서점이었다. 그러나 이곳을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서점이라는 것은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이 서점은 여느 서점과 달리 옛 성당을 그대로 활용해 서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곁에서 보면 중세고딕양식을 갖춘 성당이었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성당 가운데는 커다란 철제 서가가 들어차 있었다.


서가에는 사람들이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이 있어 이른바 3층짜리 서점에 들어온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서점은 1294년 도미니카 수도회가 지은 성당을 활용해, 2006년 말부터 서점으로 용도 변경해 활용하고 있었다. 서점 안쪽에는 커피숍도 마련돼 있었다. 전반적으로 높은 천장과 웅장한 구조물 등이 조화를 이뤄 이곳에 들어서면 저절로 책을 구입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해 보였다.



서점을 나올 무렵 다시 비가 내렸다. 비는 그럭저럭 맞을 만하여 굳이 우산을 들지 않고 다녔다. 마스트리히트 시에서 펴낸 관광안내도를 따라 시내를 돌다가 광장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설 쯤, 조장이 잠시 되돌아가자고 했다. 얼마 전부터인가 우리 일행을 쫓아오는 이들이 있다는 거였다. 슬며시 되돌아보니 거기엔 아프리카인들로 보이는 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우리 일행으로부터 10여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혹시나 싶어 우리 일행은 광장을 되돌아와 근처의 야외음식점에 앉았다. 앉은 김에 그곳에서 저녁 겸 맥주를 한 잔씩 주문했다. 잠시 후 우리 일행을 뒤쫓은 듯하다던 젊은이들 역시 광장을 되돌아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들의 추론은 두 가지였다. 정말로 우리 뒤를 쫒아 뭔가를 뜯어가려 했거나, 우리처럼 이 도시가 낯설어서 우리를 따라 관광을 하려 했거나 라고. 그러나 이런 경우 굳이 결과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앉은 김에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다른 조의 일행이 혼자서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불러서 그동안 돌아다닌 얘기를 들었다. 조 선생이 가고 얼마있지 않아 이번엔 통역을 해주던 이와 만났다. 그이는 우리와 함께 술을 마셨다.


맥주를 마시고 나서 일행은 멈추었던 시내 투어를 지속했다. 뒷골목을 돌아 오래된 성당 등을 돌았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밤 10시가 되었다. 일행은 이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서 술을 구입했다. 그런데 술을 구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 주변 지리를 몰라 술을 판매하는 가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호텔 근처에 나이트숍이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 맥주를 고르는데, 점원은 내일 개점하기 때문에 지금은 물건을 팔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영수증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구입했다. 그 시간에 그곳이 아니면 술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없겠다 싶었다.


12시가 넘은 시간까지 이어진 술자리는 도중에 다시 한번 나이트숍을 다녀와서까지 이어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