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 그 10년 썸네일형 리스트형 공무도하가(4) 잔돌긴남밭마을로 가는 여설은 다리가 가끔씩 휘청거렸다. 저만치 앞서 걷는 아이들 역시 힘이 없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밥을 먹으러 간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는 곧장 앞서 걸어갔다. 아침에 흰날새(白首狂夫)도 여설이 잔돌긴남밭마을로 간다는 것은 눈치를 챈 듯 했다. 그러나 여설 역시 내놓고 말을 못하듯 흰날새 역시 모른 척 했다. 여설은 그것이 보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미, 아직도 멀었나요?” 앞서 걷던 작은애가 기다리고 있다가 여설이 다가오자 땅 위에 주저앉으며 물었다. 내리 뻗은 다리에 무릎 뼈가 볼록 드러나 보였다. 한주먹으로 감싸 쥘만한 뼈는 오늘따라 유난히 볼록해 보였다. 내려다보는 어깨 역시 부등깃 모양이었다. 여설은 다시 눈물이 쏟아지려 했.. 더보기 공무도하가(3) 흰날새(白首狂夫)와 여설이 한집에서 살게 된 때는 여설의 아비가 고닥나무(神木)로 향하다 죽은 이듬 해였다. 여설의 아비는 그 앞선 해에 바침인(祭物人)이 되었었다. 그 해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면서 마을이 모두 타 버렸고, 이에 마을 사람들은 하늘을 달래기 위해 바침인인 여설의 아비를 가람(江)너머에 있는 고닥나무로 보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고닥나무를 향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랬듯 마을에서 방짜였던 여설의 아비 역시 가람 가운데에서 물 속에 잠기고 말았다. 그때 흰날새는 화가 났었지만 엮살살이(結婚)를 하지 않아 마을모임(洞會)에도 낄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이 있은 며칠 뒤 흰날새는 어미에게 여설과의 ‘맺음’(婚姻)을 말했다. 그후 열 번째의 둥근 달을 보던 날, 흰날새와 여설은 맺음동굴로 가서 삼일간 .. 더보기 공무도하가(2) 해너미서뫼(西山)를 바라보던 흰날새(白首狂夫)의 눈은 어느새 가람(江)건너 높이 솟은 맞은 바래기 죽음나무뫼(東山) 꼭대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프새(霍里子高)는 마을굿(祭儀)의 생각을 접고 가만히 흰날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흘린 주름이 얼굴에 담긴 연푸른 빛을 모조리 거두어들이는 듯 했다. “혹시, 저 죽음나무뫼너머마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얘기는 들어 보았지요.” “그 마을에는 나락이라는 벼풀열매가 있어서, 이맘 때 쯤이면 그 열매를 먹고 지낸다지?” “예, 그런 얘기는 들은 것 같군요. 더욱이 그들은 푸른구리(靑銅)보다 강한 쇠붙이(鐵)라는 물건을 만들어 쓴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그들을 만난 적이 없어서```” “그들은 이번 큰물(洪水)에도 아무일 없었겠지.” “..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