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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그해 광주, 눈이 되다 2010년 12월 30일, 하루동일 눈이 내렸다. 그 전날에도 눈이 내렸다. 12월 31일 아침까지 눈은 조금씩 내렸다. 12월 31일 아침, 카메라를 들고 베란다에 섰다. 광주에 살면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 될 듯 싶다. 그 겨울에 이처럼 많은 눈이 내렸다는 것, 그것을 기억하고자 흔적을 남긴다. 베란다에서 본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는 야산의 나무들도 눈에 잠겼고, 건너편 아파트 동 앞 베란다에 서 있는 나무들에도 눈이 쌓였다. 집을 나와 걷는 길가에서도 눈들은 넘쳐났다. 눈이 쌓여 꿈쩍도 할 수 없는 차들은 눈속에 파묻히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아파트 단지 옆 인도를 둘러싼 길과 나무, 담에도 눈은 가득했다. 그해 2010년 12월 31일, 광주엔 그처럼 많은 눈이 내렸다.(2010.. 더보기
광주의 가을은 키가 크다 광주의 가을이 노랗다. 은행나무가 가로수인 도시가 광주만은 아닌데, 가을이면 유난히 광주의 노란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광주은행 20층에 올라 광주의 거리를 바라보니 이제야 조금 그 이유를 알겠다. 광주의 구 도심 가로수들은 도로 옆에 선 건물들보다 대체로 키가 크다. 서울만해도 빌딩들이 가로수를 감싸고 있는데, 광주의 가로수들은 건물을 감싸주고 있다. 그래서 광주의 가을은 유난히 노랗고 키가 크다.(20101118) 더보기
사진은 노을을 놓치다 유혹만큼 고민이 깊지 않았다. 6월 21일 하지날 저녁, 야근을 가겹게 마치고 7시 30분쯤 사무실을 나왔다. 모처럼 자출한 날이라 퇴근도 '자퇴'다. 그 자퇴길에서 노을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유혹은 도심에서 시작됐다. 금남로 길을 건너 광주천변으로 향하는데 골목길로 비치는 노을이 색달랐다. 건물에 가려 제대로 볼 수 없음에도 예사롭지 않다. 잠시 머뭇, 망설이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그런 사정은 광주천변에 와서 달라졌다. 천변에 나오는 순간, 서쪽 하늘에 노을이 가득했다. 붉은 빛 가득한 다색의 노을은 도시와 색다르게 어울렸다. 낮은 건물들, 광주천에 비친 빛, 그 위로 딱 트인 하늘과의 조화가 낯설였다. 그 낯설음이 자전거의 바퀴를 멈추게 했다. 광주천변에 자전거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