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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새, 섬진 봄길을 가다① 3월 26일 오전 9시 52분. 27번 도로가 북으로 달리다 전남 곡성군 석곡면 능파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놓은 길에 올랐다. 길은 채 3분도 가지 않아 하류로 향하는 보성강 물줄기를 만났다. 아직은 강이라 하기엔 조금 민망했다. 동네 개천 정도면 딱 어울리겠다. 2차선 도로인데 길이 양호하다. 이 길은 딱히 이름이 없다. 보성강 옆길쯤 될 듯 싶다. 때론 둑이 높아 강을 가리기도 하지만 어느새 길은 강가로 붙었다. 능파사거리를 떠나 약 5킬로 남짓 달리자 도로에 이름이 붙었다. 주암면과 목사동을 거쳐 온 18번 국도다. 이제 이름없던 보성강 옆길은 18번 국도로 모아졌다. 18번 국도를 만나고 나니 보성강이 어느새 강다워졌다. 비록 물줄기는 거세지 않아도 제법 강폭이 넓어졌다. 강에는 맨 땅도 드러났다.. 더보기
꽃봄에 봄꽃 피다 해는 동녘에서 솟지만 봄은 남녘에서 돋는다. 3월의 주말, 꽃들을 만났다. 강 영산의 둑에선 꽃망울을 두어 개 터뜨린 매화가 봄이다. 올 들어 처음 만나는 꽃봄이다. 반갑다. 주변엔 아직 봄이라 부를 만한 무엇도 없는데 겁없이 저 혼자 봄이다. 어느 들판의 밭둑엔 손톱만한 꽃망울들이 풀들 틈에 봄을 그려냈다. 이름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반갑다. 무리지어 피지 않았다면 조용히 잊혀 질 봄이 될 뻔 했다. 어느 마을의 집 입구에 선 나뭇가지에도 매화가 봄으로 서 있다. 꽃망울이 제법 많아 외롭진 않겠다. 영산의 둑보다 남녘에 조금 더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그만큼 호사다. 저 꽃들 앞에선 사흘 전에 세상 가득 눈이 내렸다는 사실을 누구도 고할 수 없다. 혹여 용기 있는 자가 나서 그 사실을 말하더라도, 이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