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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마음의 계절 집 앞 담벼락 너머에 두어 평 남짓한 작은 텃밭이 있습니다. 며칠 동안 잡지 마감한다고 무심코 지났쳤는데, 오늘 보니 텃밭엔 풍성한 여름이 들어와 있습니다. 어느새 옥수수는 붉은 수염을 매단 채 제 몸을 키워가고 한 켠에서는 고추도 푸릇한 빛깔을 냅니다. 상추는 잎이 드새진 채로 키가 훌쩍 컸습니다. 누가 심은 건 지 알 수는 없어도, 굳이 거두기 위해 가꾸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봄에는 어린 싹들로 샛초록 땅이었는데 이 여름엔, 초록 바람이 텃밭을 쓸고 지납니다. 텃밭에 계절이 내리듯, 사람들 각자에게도 나름의 계절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여름이지만, 조금은 쓸쓸한 가을색을 느끼는 하루가 있을 것이고 가을이지만, 봄같은 산뜻함이 도는 만남도 있을 것입니다. 일상을, 하루를 스치는 그 계절의 .. 더보기
자연이 사랑하다 가을 문턱에서 아름다운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최근 한 시사지엔 인도에 사는 그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최근 인도 파키스탄 사이에 핵전쟁이 현실로 다가왔는데도 왜 도망치지 않죠?” 기자가 묻자,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우리가 어디로 도망칠 수 있나요? 내가 도망치면 모든 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친구들도 나무도 집도 강아지도 다람쥐도 새도 모조리 재로 변할 텐데. 내가 뭘 사랑하며 누가 날 사랑하며, 그래서 어디서 살 수 있겠어요?“ 그는 소설가입니다. 인도의 편협된 신앙과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은 것들의 신’이란 소설로 이미 97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책상만 지키는 소설가는 아닙니다. 한때는 보팔에서 동료 4명과 29일간 단식을 .. 더보기
작은 화답 'STOP THE WAR' 제 책상 위에 버튼 한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어느 직원 분이 구해 온 듯합니다. ‘버튼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곧, 움찔했습니다. 버튼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결코 아름다움이 먼저 마음에 새겨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모든 존재들이 제 존재의 이유를 실현하고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듯이 버튼이 아름다울 수 있으려면, 버튼에 새겨진 언어가 힘을 발휘해야 하는 할 것입니다. 반전평화팀으로 요르단 암만에 머물렀던 두 아이를 둔 어느 어머니가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전쟁 속에 벗들을 두고 국경을 넘어 전쟁을 건너다본다는 것이 내게 너무 힘겨워 단식을 시작합니다.“ 이제 저는 작은 화답을 하 겠 습 니 다.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