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화

백두대간 철쭉 1 5월 다 늦은 봄산입니다. 백두대간 높은 산기슭 길목에 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화사한 봄끝이 대간을 붙잡았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때 되면 피고 지는 삶 주변에 선 나무들은 초록을 가꿔 가는데 홀로 봄을 그리는 그 게으름이 예쁩니다. 겨우내 날 세운 바람에 속살을 무던히 긁혔을 터인데도 다 잊었다는 듯이 무척이나 밝습니다. 느낀 만큼만 드러낼 뿐 아직 봄이라고, 이제는 여름이라고 누구를 가르치려 하지도 않습니다. 철쭉은 모를 겁니다. 그 마지막 한 송이에서도 봄의 우주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을. 대간의 더 큰 우주를 만든다는 것을. 그 철쭉이 혁명이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대간은 솟은 만큼 고개를 숙여 사람에게 길을 터주고 앉은 김에 마을 하나 들어설 기슭도 내 줍니다... 더보기
겨울 기억 바람은 거침없이 광화문 사거리를 가로질렀습니다. 때론 바람보다 먼저, 깃발들도 미 대사관을 향해 몸부림쳤습니다. 그 해 겨울, 그러나 바람보다 혹은 깃발보다 더욱 몸부림 친 것은 제 몸을 사르는 촛불의 행렬이었습니다. 그 해 겨울, 경기도 양주군 효촌 2리에도 바람은 거칠었습니다. “사망신고 하러 갔다가 도로 오고 그랬어요. 주민등록증에서마저 지워버리면 진짜 간 걸로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아버지 신현수씨는 이생을 떠난 효순이를 여태껏 가슴에 남겨두었습니다. “봄이 되면 나무도 심고 꽃도 심을 거예요. 사철나무도 좀 심어야지.“ 추모비 앞에 선 미선이 아버지 심수보씨도 당신 손으로 딸의 추모비를 만들면서 뼈 속 깊이 아픔이 스미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배 죽어 산에 묻고 어매 죽어 강에 묻고 .. 더보기
“미안합니다” “미안하다.” 모두들 그렇게 말합니다. 마치 그들 모두가 무슨 큰 죄를 지은 듯, 추모편지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어느 공무원은 조용히 읊조립니다. “미안하다. 기성세대인 우리가 잘못 살아서 너희 꽃다운 삶을 앗아가게 했구나.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부끄럽구나.“ 일본에 있는 유학생도 마음이 허허롭습니다. “정말 이럴 수 있니… 너희 억울해서 어떡하니… 마음 아파서 어떡하니… 너희 부모님…얼마나 아파하실까… 너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초등학교 6학년생 역시 마음이 허물어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언니들에게는 정말 미안합니다. 한동안 월드컵에 빠져 언니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이생을 마친 효순이 미선이에게 그들은 모두 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죽음만 헛되이 살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