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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31과 12분의 3


 

기분좋은 선물

어떤 이에게 옷 선물을 받았다. 봄 남방과 안에 받쳐 입을 흰 티셔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저녁을 함께 한 후에 맥주를 마시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기분이 무척 좋았다. (2000.3.18.)



서투른 옷 고르기

동대문 밀리오레에 들러 옷을 구입했다. 봄에 입을 만한 옷이 없기도 했거니와, 문득 화려해지고 싶은 욕구가 발생했다. 남성복을 파는 층을 한 바퀴 돌면서 웃옷을 골랐다. 애초엔 사파리를 사고 싶었다. 그냥 툭 걸치고 다닐 만한 옷으로. 그러나 사파리는 없었고, 대신 마이라고 해야 하나.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여간 다른 웃옷을 골랐다. 모두 세 가게에서 그 옷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옷값이 제 각각이다. 4만8천원, 4만3천원, 4만원. 결국 3만8천원에 구입하고 청바지도 한 벌 샀다. 30사이즈는 허벅지가 꽉 낀다. 할 수 없이 32사이즈를 샀다. 내게 여전히 서투른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옷 고르는 일이다. 이번엔 다행히 함께 옷을 골라준 이가 있어서 그나마 쉽게 고를 수 있었다. (2000.3.21.)



낯선 이들과 노래부르기

광주 남녘교회 어깨춤님이 올라왔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연락이 돼 20일 저녁에 만났다. 그러나 그날은 늦게 만났고, 나이트장을 가는 바람에 별로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잠을 잤지만, 다음날 아침 어깨춤님은 약속 때문에 다시 헤어졌다. 저녁에 만나자는 얘기를 했지만, 역시 어제도 만나지 못했다.

오늘, 퇴근할 무렵에 전화가 왔다. <샘터> 사람들과 혜화동에서 만나는데, 오라는 것이었다. 마음이 끌리기도 했지만, 마감 끝나고 상계동을 못 들렀기 때문에 저녁엔 그곳에 다녀와야 했다.


밤 10시. 상계동에서 돌아와 어깨춤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했다. 광주에서 올라온 손님인데, 대접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얘기 한번 나눠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 전화 연결이 되었고, 대학로의 어느 노래방에 있겠다고 했다. 대학로에서 한 20여분을 헤매다가 노래방에 가서 어깨춤님을 만났다. 그곳엔 <샘터>
사장과, <샘터> 편집장, 기자 등 10명이 있었다. 어깨춤님 빼고 모두들 초면이었다. 술도 안 마시고 말짱한 정신에 노래방에 들어가 노래를 불렀다. ‘암연’


그냥 기분이 좋았다. 기분에 취해 ‘에필로그’를 불렀는데, 마지막에 오버했다. 목이 안 트여 높은 음을 놓쳐 버렸다. 참 얼굴 많이 두꺼워졌다. 실은 내 안에서 주문을 많이 외웠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곳에서 만난 박남준이란 분도 인상이 좋았다. 그렇게 어울리며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집에 되돌아왔다.(2000.3.22.)



꽃을 들이다

휴가. 마음이 착잡해져 버렸다. 갈등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갑자기 내가 무엇인가 싶다. 그냥 마음이 허한 것 같기도 하고. 여친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데.

오후 3시. 방청소를 시작했다. 언젠가 방청소를 해야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시작할 줄 몰랐다. 우선 책꽂이 위를 치웠다. 자료라고 있는 것들은 제 멋대로 놓였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능한 버리자. 지금까지 안 보았다면 앞으로도 안 본다. 쓰레기는 곧 게으름이다. 쓰레기들은 일단 방 가운데로 다 던져둔다. 방의 두 면을 기역자로 차지하고 있는 책장 위에 있는 책들은 모두 책꽂이에 꽂고 책장 위를 비웠다. 세풀 여분, 몇 가지 복사물이나 서류는 한 쪽으로 몰았다. 한쪽 면 책꽂이 위가 비었다. 비워두자니 섭섭하다.


오후 6시.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혜화동 로터리 근처 꽃 가게에 들러 초롱꽃과 조그만 식물을 - 이름을 알려 주었는데 잊어 버렸다. 조만간 내가 예쁜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 구입했다. 빛이 들지 않아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산다고 샀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화분 두 개를 책꽂이 위에 올리고, 창가에 있던 화분 두 개를 가져다 진열했다. 방안 분위기가 조금 나아 보인다.

그래도 … 마음은 허전하군. (20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