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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이별한 후에, 꽃을 본 후에

 

우주가 

하늘에게 말하길

“내가 사랑하는 님이여,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1

꽃들마다 

제 언어가 있다

채 피지 못하고 먼저 지는 꽃망울마저도


2

눈물이

사랑인줄도 모르고 돌아서네

저 끝이 하늘인 줄도 모르고 뻗는 나뭇가지처럼 


3

낮에 하늘을 보던 꽃이

밤이 되자 고개를 숙인다 

하늘이 들려준 얘기를 화분에게 밤새 소곤거린다  


4

나는 한 번이라도 고백해 본 적 있는가

당신이 나를 위하듯 그렇게 살고 싶다고

나는 당신 마음에 자라는 나에게 고개 숙여 본 적 있는가!


화분은 안다

그가 돌보아야 할 것은 향기빛 어린 꽃이 아니라

흙에 가려진 뿌리라는 것을


6

사람을 돌보지 않고 사랑만 쫓다보면

이별로 사랑을 확인한다

이미 사람은 저만치 떠난 후에


겨우내 가지를 지킨 잎들이

봄싹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우리보다 더 큰 세상이 되거라” 


8

따로 떠난 사랑이

홀로 남은 이별을 스친다 

눈빛도 없이, 바람도 없이…


9

한 잎 진다

조만간 새잎 한 자락 내밀어

하늘과 못다 나눈 얘기를 잇는다


10

한 세상이 닫힌다

그 후로 또 다른 한 세상이 열릴 때 

그 옛 사랑이 먼저 그 세상으로 들어간다


11

꽃은 지면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하늘을 양보한 마음은 땅속에서 썩을 평안을 찾는다

그 깨달음을 하늘로부터 얻은 것을 알기에


12

이별 후에

떠난 이는 남지 못한 나이고

남은 이는 떠나지 못한 사랑이다


13

창가에 둔 화초들,

한껏 허리 숙여 창밖을 본다

햇빛이 내린 생명을 들으려



14

머뭇거리지 않는 사랑이란 없다

기웃거리지 않는 이별이란 없다 

그 사랑이나 그 이별이나, 서성거리는 愛人은 있다


15

화초들이 며칠 째 마른 목을 참고 있다

방안에 마음 아픈 한 생이 있다는 걸

그들은 안다



우주가 

하늘을 생각하며 세상에 말하길

“하루라도 서로를 위해줄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하루라도…  (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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