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하늘에게 말하길
“내가 사랑하는 님이여,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1
꽃들마다
제 언어가 있다
채 피지 못하고 먼저 지는 꽃망울마저도
2
눈물이
사랑인줄도 모르고 돌아서네
저 끝이 하늘인 줄도 모르고 뻗는 나뭇가지처럼
3
낮에 하늘을 보던 꽃이
밤이 되자 고개를 숙인다
하늘이 들려준 얘기를 화분에게 밤새 소곤거린다
4
나는 한 번이라도 고백해 본 적 있는가
당신이 나를 위하듯 그렇게 살고 싶다고
나는 당신 마음에 자라는 나에게 고개 숙여 본 적 있는가!
5
화분은 안다
그가 돌보아야 할 것은 향기빛 어린 꽃이 아니라
흙에 가려진 뿌리라는 것을
6
사람을 돌보지 않고 사랑만 쫓다보면
이별로 사랑을 확인한다
이미 사람은 저만치 떠난 후에
7
겨우내 가지를 지킨 잎들이
봄싹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우리보다 더 큰 세상이 되거라”
8
따로 떠난 사랑이
홀로 남은 이별을 스친다
눈빛도 없이, 바람도 없이…
9
한 잎 진다
조만간 새잎 한 자락 내밀어
하늘과 못다 나눈 얘기를 잇는다
10
한 세상이 닫힌다
그 후로 또 다른 한 세상이 열릴 때
그 옛 사랑이 먼저 그 세상으로 들어간다
11
꽃은 지면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하늘을 양보한 마음은 땅속에서 썩을 평안을 찾는다
그 깨달음을 하늘로부터 얻은 것을 알기에
12
이별 후에
떠난 이는 남지 못한 나이고
남은 이는 떠나지 못한 사랑이다
13
창가에 둔 화초들,
한껏 허리 숙여 창밖을 본다
햇빛이 내린 생명을 들으려
14
머뭇거리지 않는 사랑이란 없다
기웃거리지 않는 이별이란 없다
그 사랑이나 그 이별이나, 서성거리는 愛人은 있다
15
화초들이 며칠 째 마른 목을 참고 있다
방안에 마음 아픈 한 생이 있다는 걸
그들은 안다
우주가
하늘을 생각하며 세상에 말하길
“하루라도 서로를 위해줄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하루라도… (2000.3.)
'서른의 생태계 > 서른의 생태계30+3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력과 불편해도 좋다 (0) | 2009.07.25 |
---|---|
31과 12분의 3 (0) | 2009.07.25 |
“봄살같은 사상을 찾을 겁니다” (0) | 2009.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