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요즘 내 생활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메일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다. 올 들어서는 새롭게 관심을 가진 쪽이 제주인권학술회의(2000) 모임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술모임 사람들에게 연락할 때는 전화로 했다. 그러나 올해는 대부분 이메일로 한다. 3월부터 석 달 정도 틈틈이 학술회의 참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학술회의 참가자들에게 처음 이메일을 보낸 때는 지난 2월말 제주인권학술회의를 마치고 난 후였다. 하지만 정식으로 이메일을 보낸 때는 <말> 마감을 마친 3월 말경이었다. 그때까지 연락처에 적힌 사람들의 이메일을 일일이 하니메일 주소록에 등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메일 프로그램에 대한 내 무지가 드러났다. 이른바 메일링리스트라는 게 등장했다. 한국인권재단에서 진보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메일링리스트를 만든 것. 메일링리스트로 등록된 한 곳의 이메일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 동시에 그곳에 등록된 각자의 주소로 편지가 배달되는 시스템이었다. 덕분에 내 손가락이 편해졌고, 누군가의 이메일을 빠뜨릴 수 있는 실수도 줄였다. 이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제주인권학술회의 참가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내가 보낸 이메일은 제목을 ‘섭지코지’로 했다.
우리 사무실 뒤편에 벚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며칠 전 미술팀 선배가 식사를 하러 나가는 길에 벚나무를 보고는 한참을 서 있더군요. 버스 한 번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윤중로가 있는데…. 대개 그렇잖아요. 바쁠 때일수록 일탈하고 싶은 거…. 그런데 결국 일탈은 아무나 못하게 되죠. 사실 한 발만 살짝 들어 선 밖으로 놓으면 그게 곧 일탈의 시작인데. 올 봄도 이렇게 훌쩍….
음… 무슨 얘기를 들려 드릴까요. 우선 변호사 강금실님은 4월 1일인가 그 무렵에 사무실을 선릉역 부근으로 옮겼답니다. 이 소식은 신문에도 나왔다니 다 아실 것이고…. 역시 우리 사회엔 유비통신이 톡톡히 제 몫하죠. 한 가지 알려드리면 강금실님 사무실 내부가 멋지다고 하더군요. 혹시 선릉역을 지나실 일이 있으면 불쑥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해질 녘에 가면 더 좋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다른 소식, 4월 초순경 『당대비평』의 문부식님과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정유진님이 당대비평 사무실에서 만났답니다. 암튼 오후 내내 두 분이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는데…. 대화 내용은 …. 두 분 중 한 분에게 여쭤 보십시오.
아하! 어제 밤새 티비 보시면서 한없이 가벼운 여론조사를 보시면서 뭔가를 느끼셨을 것 같은데…. 암튼 선거 결과는 결과고. 그동안 총선시민연대에서 활동하신 분들. 참 고생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음 --- 그리고 다른 분들은 … 죄송합니다. 이것 밖에 모르겠네요.
지난 번 공고를 해드렸는데…
4월 20일 목요일 오후 7시 인사동에서 만났으면 합니다. 별 의미 없습니다. 그냥 당신이 보고 싶을 뿐입니다. 혹시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나오십시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자리에서는 ‘불편해하는 진보’의 모습보다는 ‘일탈하는 진보’ - 이거 반론 각오하고 쓰는 건데, 그래도 뭐, 일단 쓰고 보겠습니다. - 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지난 번 이메일에 큰 호응이 없어서 아마 저 혼자 술 마시지 않을까 합니다만, 그러니 이번에 오겠다고 이메일을 보내시는 분은 최소한 저를 만나러 오신다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이러다 아무도 안 오면 어쩌죠. 아! 너무 애걸복걸하고 있다. 이건 내 본래 취지가 아님)
마감이라 바쁘긴 한데 몸이 좀 꿀꿀해서 이렇게 이메일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장소는 17일 이전에 이메일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럼. 밝은 이 세상에 당신이 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다른 이메일도 이렇다. 이메일을 쓰는 당시의 내 얘기와 이곳저곳에서 들은 얘기들 중에서 학술회의 참가자들과 관련한 얘기들이 있으면 적었다. 그런 식으로 몇 번 소식들을 적어 보냈다. 그때마다 한두 명이 답장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럴 때마다 나 역시 답장 이메일을 보내곤 한다.
제주도에 이어 백령도에 다녀왔습니다. 다음 달에는 독도를 어쩐지, 꼭 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섬은 단지 한정된 교통수단으로 다다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퍽이나 낭만적인 생각을 가지게 하나보다 하고 뒷북치고 있습니다. 두 번에 걸쳐 보내주신 “그냥 쓰는 글” - 잘 받아 보았습니다. 굳이 느낌을 덧붙이자면 한참을 몰두하다가 창밖을 보니 언제부터였는지 풍문여고 마당가 은행나무 위에 까치 두 마리가 열심히 집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만들어지는 느낌표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도 그냥 또 한번 갔다 온 김에 이번엔 세찬 서해바람으로 시원해진 가슴을 전달하는 걸로 답장을 대신해 볼까 합니다. 싱겁게요.
답장을 보낸 이에게는 이런 식으로 답장을 썼다.
독도는요. 아무나 못가는 곳이랍니다. 왜냐하면요. 그곳은 자연생태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지역이거든요. 아! 독도주권수호대 답변입니다. 독도는요. 아무나 못가는 곳이랍니다. 왜냐하면요. 그곳에 민간인들이 다니면 일본을 자극할 우려가 있거든요. 아! 이건 정부답변입니다.
그런데 저는 독도에 다녀왔습니다. (자랑 좀 해야죠) 그것도 새천년 첫날에 그곳에서 일출을 보았지요. (이만 끝 - 자세한 내용은 말 2월호에 잘 나와 있습니다. 새천년 첫 해의 모습도 사진으로 찍어 두었지요)
암튼 부럽습니다. 백령도까지 다녀오시고… 제주도에서 돌아와서 정확히 두 시간 전까지(그러니까 3월 17일 오전 4시까지) 원고 쓰느라고 머리가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목엔 이상이 있습니다.
또 암튼, 풍문여고라…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정독도서관 다닌다고 그 앞을 많이 지나다녔죠. 일요일 새벽에, 그때는 5시에 문을 열었는데 줄서지 않으면 못 들어갔어요. 일단 들어가면, 뭐 공부하나요? 좀 있다 가져간 도시락에 170원 짜리 컵라면 사서 밥 먹고 봄에는 그 도서관 정원에 핀 벚꽃을 구경하죠. 한 마디로 땡땡이입니다. 괜히 마음만 싱숭생숭 해놓고. (제가 한 봄 타거든요) 건강하십시오. 3월 17일 오전 6시(역시 강조!!) 이게 게으름인지 부지런함인지 파악이 안됩니다.
그런데 이 즐거운 이메일 보내는 일에 장애가 생겼다. 어느 날 날아온 이메일 때문이었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내용 없는 글을 이렇게 자주 받기도 괴롭네요. 저에게는 보내지 말기 바랍니다.
이 이메일 이전에도 서너 곳에서 이메일을 보내지 말아달라는 부탁 이메일을 보내왔었다. 이런 거부 이메일을 받고는 곰곰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스스로 결론을 냈다.
예전 글처럼 이런 저런 수다를 늘어놓고 얘기를 하면 좋을 듯 하긴 한데, 시간 관계상 곧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2월말 제주학술회의2000에 참가한 이후, 그동안 몇 차례 참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내용이야 이미 읽어서 알고 있겠지만, 그냥 제 일상을 적어 놓은 겁니다. 그런데 제가 몇 가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는 이메일링리스트에 등록된 분들이 올해 제주인권학술회의(2000)에 참석한 분들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지난해 참가자들도 함께 등록된 이메일링리스트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참석자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이메일이 전달되었습니다. 올해 참석하신 분들도 그렇지만, 지난해 참석하신 분들은 더더욱 저를 모르실텐데, 여러 가지로 당황하였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제가 이메일로 올리는 글이 다분히 사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읽는 분들에 따라서는 언짢은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몇 분들께서 제가 보낸 낯선 이메일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본의 아니게 폭력을 행사한 듯 합니다. 이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저 개인적인 바람은 원하는 이들끼리 이메일이라도 주고받으면 좋을 것 같은데, 단 한 분이라도 이메일을 받는 게 불편하시다면, 이런 저의 이메일보내기는 중단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이메일을 끝으로 이메일링리스트를 이용한 이메일 보내기는 중단하겠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금으로서는 기술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개인적으로 오는 이메일에 대해 연락하는 게 낳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제가 보낸 이메일로 인해 귀찮았거나 마음이 불편하셨던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만드십시오.
이런 글이 적인 이메일을 보낸 후 몇 명으로부터 내가 마음 상했을까봐 걱정하는 연락이 왔다. 그 이메일을 보낸 이후 한동안 이메일 보내기를 중단했다. 그냥 개인적으로 받은 이메일에 대해서만 답장을 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던 지난 5월초 “이메일링리스트를 이용한 이메일보내기는 중단”하겠다던 내 약속을 스스로 깼다. 이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이메일을 올렸다.
이번 이메일 역시 한국인권재단에서 마련한 이메일링리스트로 보내드립니다. 지금까지는 한꺼번에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그 곳 밖에 없어서, 지난번 제가 보낸 이메일 때문에 불편했던 분들이 계심에도 이번 이메일은 이쪽으로 보내드립니다. 먼저 그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5월까지만 이 이메일링리스트를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엔 제가 개인적으로 이메일링리스트를 만들어서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이메일링리스트는 원하는 분에 한해서 만들 것입니다. 저는 그곳을 통해 지난번처럼 인권학술회의에 오신 분들의 소식을 아는 대로 전할 것이며, 제 개인적인 수다 이메일도 보낼 것입니다. 아주 사적인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저에게 이메일을 남겨 주십시오.
스스로 생각한 방법은 이것이었다. 개인적인 이메일링리스트를 만드는 것. 그냥 그런 오해를 받으면서 이메일을 보낼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인권재단의 한 관계자가 얘기했듯이 내가 즐거워하는 일이므로 그런 일쯤은 즐겁게 받아들이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이로부터 이메일이 들어왔다.
노정환님이 불쑥 불쑥 보내주시는 수다, 사회적 수다를 잘 듣고 있습니다.
저는 광주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부터 홈페이지를 통해서 학생들과 정보교류를 하고 있는데…노정환님이 가끔씩 들러서 우리 학생들에게 ‘한 말씀씩 남겨 주셨으면 합니다’
익스플로러로 접속하여 www.welfare.pe.kr 친 후에 프리보드에 가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남길 수 있습니다. 한 번 뵐 기회가 있으면 제가 하는 일과 인권에 대한 저의 생각을 나누게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광주대에 있는 어느 교수였는데, 나로선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후에 인권재단에 문의해보니, 학술회의 참가자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교수인데, 이메일링리스트에 명단이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이 이메일은 내 사소한 이메일을 ‘사회적 수다’로 격상시켜 주었다. 이 즐거운 마음에 답변을 보냈다.
보내주신 이메일 잘 받았습니다. 실은 제가 ooo 님을 잘 몰라서 어떤 분인가 궁급했습니다. 다른 곳에 문의를 해서 잠깐 얘기는 들었습니다.
‘사회적 수다.’ 말이 재미있습니다. 제 글에 근사한 이름을 붙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얘기할 입장은 못됩니다. 그냥 이렇게 이메일 보내는 일이 딱 제격 같습니다. 홈페이지엔 ‘구경’삼아 들려도 되겠죠? 저 역시 ooo 님께서 하시는 인권 관련 활동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종종 여쭈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십시오. ooo 님을 제 이메일링리스트에 올려도 되겠죠?
역시 답변이 즉각 왔다. 이쯤 되고 보니 괜히 친해진 듯 하다. 아직 얼굴도 모르는데.
물론입니다. 광주에 살기 때문에 모임에는 참석하기 어렵지만, 가끔씩 사회적 수다를 듣고 싶습니다. 물론, 담론이란 거창한 말도 있지만, 이렇게 수다를 떨 듯이 하면서 세상만사를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의 홈페이지에 들어오시면 많은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특히 제 프리보드에 글을 고정적으로 올리는 분들은 벌써 펜이 생기기도 합니다.
5월 말경. 학술회의 관련 참석자들 중에서 몇 몇 사람들이 이메일을 받아보길 희망했다. 이들을 내 개인 이메일링리스트에 등록했다. 지난해 참석했던 이들 중에서 몇 번 모임을 가졌던 이들도 포함했다.
개인 이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메일을 올릴 생각이다.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두어 달에 한 번 정도 오프 모임도 가질 생각이다.
다음 모임은 6월 초로 잡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자잘한 글들 쓰는 재미로 스스로 시작했고,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그 정도면 나로선 족하다. 사회운동이 힘들다는 것이야 운동을 겪어본 이들은 알 것이고…. 그런 운동에 직접 뛰어들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에게 작은 여유를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아마도…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구상하고 있는 일과 연관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그러나 그 일은 아직 때가 멀었다. (2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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