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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급여, 나눔

 

 

직장을 옮기고 나서 급여가 올랐다. <말>이 원래 급여가 적었던 회사이니, 어느 회사로 갔더라도 급여는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출판가에서는 이레출판사 급여가 적은 편은 아닌 듯싶었다. 친구와 비교해 보니 그렇다. 그러나 회사 안에서 보면 그리 많은 것 같진 않다. 그렇다고 뭐, 그리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마음이 그랬으니까.


급여가 오르면서 시민단체 후원금을 내 급여의 2%를 내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이리저리 계산했다. 두어 달 전, 여성단체를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가계부 예산서에만 기록돼 있을 뿐, 지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어떤 단체를 선정할지 망설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일단 기존에 해오던 대로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에 내던 후원금에 더해 여성단체를 한 곳 골랐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를 택했다. 운동과 감수성의 조화로운 만남을 찾기 위한 활동이 느껴졌다. 새로운 후원금은 <작은이야기>에서 진행하는 ‘당신이 희망입니다’였다.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이를 도울 독자들의 후원금을 받는 캠페인인데, 캠페인 진행자로서 당연한 결정이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어느 선배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돈을 조금 떼어 두었다. 그쯤 정리하고 소요되는 돈을 계산해보니, 급여의 4% 정도 된다. 이쯤에서 잠시 갈등했다. 너무 많지 않은가! 순간적이나마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발견했다. 그렇게 4%를 낸다고 해도 예전 급여보다 많은 수입인데 망설였다. 그래서 그랬던가. 쌀 99가마 가진 놈이 한 가마 가진 놈 것 빼앗으려 한다고. 그날 바로 은행에 가서 자동이체를 신청했다. 이건 미루면 또 한없이 미뤄질 것 같았다.


시민단체에 후원하겠다는 결정이 곧장 나를 평가하는 기준은 아니다. 시민단체를 후원하긴 하지만, 나는 적십자회비는 내지 않는다. 혼자 살고부터 반년에 한번 꼴로 적십자회비 고지서가 날아온다. 그러나 그때마다 낸 적이 없다. 이건 순전히 내 고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적십자회비는 내가 안 내도 일반사람들이 별 거리낌 없이 내는 돈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후원금은 웬만한 사람들은 잘 안낸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나로서는 남들이 잘 안내는 후원금을 내는 쪽을 선택했다.


또한 누군가를 돕는다는 행위 자체도 많이 따진다. 지금까지 나는 한번도 거리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들에게 동전 한 푼도 준 적이 없다. 의도적이고 쓸데없는 오기다. 내가 한 푼 보탠다고 그 사람들의 삶에 무엇이 바뀔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럴 바엔 우리 세상을 바꾸는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것이 좀 더 나은 미래사회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도 조만간 바뀌긴 할 것 같다. 이전에 누군가가 그랬다. 내가 가진 천원이 그 사람에게 더 절박한 것일 수 있다고. 그렇다면 나눠야 하지 않을까. (2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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