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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마음의 텃밭

 

집 앞에 계절을 만들어가는 텃밭이 있습니다

봄 끝에…

살며시 뿌리를 뻗어 땅을 깨웠습니다

파릇한 싹을 돋아내 하늘을 만들었습니다

어린 잎들이 가지를 놓아 바람을 부릅니다


한 생명 저 혼자서도

오롯이 한 우주인데, 

주위에 빈 자리를 내어 또 다른 싹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우주와 우주가 만나 텃밭을 이룹니다


파릇한 줄기는 하늘과 땅을 잇겠다며 제 키를 자랑합니다

여름 끝에….

튼실한 알맹이는 이제 우주를 풍요롭게 합니다

햇초록으로 물든 바람은 텃밭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텃밭이 우주가 되니, 달리 꿈이랄 게 없습니다

텃밭이 꿈이고 우주가 꿈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텃밭이자 꿈이자 우주입니다

생명입니다 무엇인가를 거둬들일 수 있는… 

  

마음 안에 그런 텃밭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인을 반길 수 있는 텃밭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훌쩍 떠나버린 데도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밝은 웃음 쏟아내 생명을 가꾸고 우주를 가꾸는

그런 여인을 반길 수 있는 텃밭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인이 떠난 빈 자리를 눈물로 채우더라도…

그것마저 꿈이고 우주이고 내 마음인

텃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마음의 텃밭엔 잡초들만 무성합니다

어느 한 순간, 뿌리 채 뽑혀진대도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내 계절은 그런 빛깔입니다. (2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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