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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31과 12분의 6



가슴의 깊이

갈매는 말한다. 사람의 마음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에 있는 거라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다. 흔히 사람은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그럴 때 몸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쉽게 할 수 있다. 이때 마음은 머리에 있는 것이고, 영혼은 머리가 아니라 우리 몸의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재미있는 말이 있다.

“가슴 속 깊이 느껴보라”


이때 가슴속 깊이는 얼마나 될까. 심연 같은 속일까. 아니다. 기껏해야 30센티도 안 된다. 왜냐구? 우리의 가슴을 봐라. 앞뒤로 재 보아도 30센티가 안 된다. 위 아래로 재어도 배 윗부분까지면 역시 30센티 정도 일 것이다. 그러니 가슴속 깊이라고 해 봐야 30센티도 못된다. 그러니 가슴속 깊이 응어리진 한이 맺었다고 얘기할 때 그것이 10센티의 한인지, 20센티의 한 인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나오면, 누군가는 따질 것이다. ‘가슴 속 깊이’의 가슴은 우리의 마음을 얘기할 거라고. 그런데 신기하지 않은가. 마음이든 가슴이든 우리 몸 안에 있는데 그 끝없는 깊음을 얘기하다니. 실제 우리는 몸으로 규정된 물리적 공간을 넘는 슬픔을, 감동을 안고 산다. 그렇다면 마음(가슴속깊이)은 우리 몸이란 그릇 밖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알 수 없다.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이런 표현을 쓸 수밖에….


“야 가슴속 15센티 정도 되는 슬픔 가지고 눈물을 흘리기는…. 최소한 20센티는 되거든 눈물을 흘려라.”

끌끌. (2000.6.25.)



나는 해방될 수 있는가

사무실. 출근한 아침, 마음이 꿀꿀해서 음악을 듣는다. 민중가요가 듣고 싶었다. 그냥. 경기남부총련 노래단 천리마의 시디를 넣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몇 번째 ‘해방꽃’이란 노래가 흐르고 있다.


진정 해방이 무언가. 진정 혁명이 무언가. 이 내 한생 흙이 되어야 해방꽃은 피어나리라… 진정 해방이 무언가. 진정 혁명이 무언가. 눈보라도 굴하지 않는 조국 위한 마음이어라.  


반미조국통일을 열망하는 이 감상적인 노래를 들으며, 난 엉뚱하게도 내 해방을 생각한다. 진정 나는 해방될 수 있는가? 무엇으로부터? 그 무엇으로든. 허허실실 마음을 털고 살 수 있는가.

끊임없이 현실에서 좌절하고, 사소한 것들에 끊임없이 욕심을 부리면서… 나는 해방될 수 있는가.(2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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