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예상되는 주요 지출. - 8월 이사 비용, 부모님 매월 드릴 용돈, 세탁기 구입, 소형녹음기 구입, 세풀 발행비, 치아 치료, 한겨레21 구독료….
올해 주요예상 지출을 보니 굵직한 비용만 610만원 정도가 무조건 쓸 돈으로 잡혔다.
이번엔 한 달에 기본적으로 드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봤다. 세풀 발행비, 부모님 용돈, 전기료, 식대 등 생활 잡비 세 항목만 65만원이다. 그나마 부모님 용돈이 적으니 그 수치다.
그리 신나지 않은 이 숫자 놀음을 일 년에 최소한 한 번은 해본다. 몇 개 되지 않는 통장도 꺼내 놓고 연말 결산도 해보지만, 우선은 올해 얼마나 쓸 지를 따져 본다.
올해 가장 큰 지출은 올 8월로 만료되는 전세계약이다. 일단 이사를 한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위치는 잠정적으로는 혜화동에 머물든 회사 근처로 가든 둘 중 하나다. 전세금은 목돈이니 차라리 큰 걱정이 안 된다. 없으면 없는 대로 맞춰 가면 된다. 부모님 용돈은 올해 처음 신설했다. 예년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조금 드리곤 했는데, 지난해 아버님이 아픈 후에 용돈을 드릴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많은 돈을 드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부모님을 위해 써야 할 돈은 지금 쓸 게 아니니까.
이사 갈 때 세탁기를 구입할 계획이다. 세탁기 가격이 얼마 정도 되는지 몰랐는데 최근에 우연히 가전제품 대리점을 가보니 생각보다 비쌌다. 치과라고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대접받지 못한 치아를 위해 올 초엔 치과도 가 볼 생각이다. 아마 손대면 많은 돈이 들 텐데 일단 최소 액수만 적어 두었다. 이미 1월에 사용한 내역이 소형녹음기다. 취재에 필요한 장비인데, 몇 년간 벼르다가 이번에 구입했다. 소형녹음기만 17만원이고 테이프 구입비용으로 4만원이 들었다.
1월부터는 지난해까지 쓰던 가계부 양식을 조금 바꿨다. 지출란은 생활, 문화, 나눔, 특별비 네 항목으로 나눴다. 생활은 전기료, 식대부터 핸드폰 통화료까지 포함되고, 문화엔 독서 등 문화 활동비인데 세풀도 이 항목에 넣었다. 나눔은 몇몇 단체 후원금이다. 이 항목은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다. 특별비는 부모님 용돈과 기타 그 달에만 사용되는 비용을 적는다.
그 동안 카드 지출을 기록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이 부분은 결국 이 달에 쓴 것과 이 달에 실제 지불되는 것을 함께 기록하기로 했다. 지출명세서도 함께 적기로 했다. 이른바 가계부라 불리는 항목이 그 항목이다. 매일 저녁에 내역과 금액을 기록해 둔다.
흔히 가계부를 쓰면 돈이 절약된다고 하는데, 실제 절약되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차피 일정액을 정해놓고 그 액수를 넘으면 지출을 중단하는 것도 아니다. 1월엔 설날이 끼여 아직 일주일가량 남았는데 벌써 예산을 초과해 버렸다.
가계부를 쓰는 일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또 다른 일기장이다. 1월 가계부만 들여다보아도 전혀 예상하지 않은 부분에 들어간 돈도 보이고, 그 돈을 지불했을 때의 장면 등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지출을 들여다보며 그 한두 번의 소비 행위가 몇 번 되지 않아도 생각보다 큰 수치로 누계가 쌓인다는 데 놀라곤 한다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맛도 드는 가계부 쓰기. 몇 년 쓰다보면 거기에서도 뭔가 더 훌륭한 가르침을 받을 것 같다. (2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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