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Writing Story

아버지에게 글을 바치다

<My Writing Story> - 글, 사람과 놀다

 


 

꿈 한 자락

제대로 내보이지 못한 채 

이천삼년 팔월 끝자락에

육십사 년 시대가 지고

청절한 한 우주가 닫히다


소년이 소박했고

청년이 가난했고

중년이 낯설었고

노년이 쓸쓸했지만

그만큼이 삶이고 역사이고

그만큼이 세상과 모든 사람들에게 베푼 사랑이었다. 

 

저 세상의 영혼은 평온하시길.



그 사랑을 미쳐 알 수 없었건 이가




아버지 기일이 돌아왔다. 납골당에 가는데 영정을 준비했다. 납골당에 사진 한 장을 둬야겠다 싶었다. 장례식장에서 영정으로 사용했던 사진을 택했다.
돌아가시기 1년 전쯤 내가 찍은 사진이다. 추석 명절 때 낮술을 한 잔 하시고는 집에 찾아온 조카들을 보고 계시던 모습이다.    

  

사진을 준비하고는 그것만 액자에 담자니 뭔가 허전했다. 그래서 짤막한 글을 썼다. 아버지의 삶을 담을 수 있는 내용을 적었다.

전남 곡성에서 한국전쟁을 겪으며 지낸 소년 시절, 별 볼일 없는 살림으로 신혼을 맞이한 청년기, 그리고 낯선 서울에서 보낸 중년기, 생의 마지막 몇 년을 쓸쓸하게 보내신 노년기… 그 기억만을 한 줄씩 담았다.


글을 쓰면서, 그만큼이라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게 다행이다 싶었다. (200609)

'My Writing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3초  (2) 2010.10.24
우연한 기다림  (0) 2010.08.30
동물을 국가에 따라 차별할까?  (0) 2010.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