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riting Story> - 글, 사람과 놀다④
꿈 한 자락
제대로 내보이지 못한 채
이천삼년 팔월 끝자락에
육십사 년 시대가 지고
청절한 한 우주가 닫히다
소년이 소박했고
청년이 가난했고
중년이 낯설었고
노년이 쓸쓸했지만
그만큼이 삶이고 역사이고
그만큼이 세상과 모든 사람들에게 베푼 사랑이었다.
저 세상의 영혼은 평온하시길.
그 사랑을 미쳐 알 수 없었건 이가
아버지 기일이 돌아왔다. 납골당에 가는데 영정을 준비했다. 납골당에 사진 한 장을 둬야겠다 싶었다. 장례식장에서 영정으로 사용했던 사진을 택했다.
돌아가시기 1년 전쯤 내가 찍은 사진이다. 추석 명절 때 낮술을 한 잔 하시고는 집에 찾아온 조카들을 보고 계시던 모습이다.
사진을 준비하고는 그것만 액자에 담자니 뭔가 허전했다. 그래서 짤막한 글을 썼다. 아버지의 삶을 담을 수 있는 내용을 적었다.
전남 곡성에서 한국전쟁을 겪으며 지낸 소년 시절, 별 볼일 없는 살림으로 신혼을 맞이한 청년기, 그리고 낯선 서울에서 보낸 중년기, 생의 마지막 몇 년을 쓸쓸하게 보내신 노년기… 그 기억만을 한 줄씩 담았다.
글을 쓰면서, 그만큼이라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게 다행이다 싶었다. (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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