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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 옆구리를 끼고 돌던 명암계곡의 밝은 물속을 헤엄치던 피라미들을 보셨습니까!
베란다 곳곳에 옛스러움을 되살리려 가져다 놓은 듯한, 나무로 만든 마차 바퀴며, 무쇠솥이며, 탈곡기와 김메는 기계며…, 그곳에도 눈길을 주셨습니까! 아니면, 멋스럽지는 않아도 손님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던 창가 곳곳에 기대고 있던 시가 새겨진 목판이며 그림이 담긴 액자까지도 취재 수첩에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까!
그뿐입니까?
취재가 어찌 눈으로만 보는 것만을 기록하는 것이겠습니까.
어느 누가, 언제 오더라도 기꺼이 내어 주던 고구마에 담긴 사람의 온기를 느껴보셨나요! 한 형제처럼 함께 몰려다니던 강아지들에게 먹이를 건네던 할머니의 손길에서는 어떤 냄새가 나던가요! 채 마흔이 되지 않는 나이에, 한때의 화려함을 뒤로 한 채 산골짜기에 삶을 부친 한 사람의 삶은 얼마나 엿들을 수 있었습니까!
아침엔 서쪽 산자락이, 오후엔 동쪽 산자락이 햇살을 번갈아 돌보는 산골에 자리한 ‘빈자의 노래.’
이번 줌마네 4기님들이 취재기행을 갔던 곳입니다. 그리고 이제 줌마네 4기님들은 그 대가로 과제의 늪으로 빠져 들 때입니다. 취재가 무엇인지로 모른 채 취재수첩에 적었던 한 글자 한 글자가 이제 기사로 되살아나야 할 때입니다.
때론 무수히 많은 내용을 기록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할지 모르는 갈등 끝에, 버리는 게 사는 길이라는 한 철학을 깨우칠 분도 계실 것입니다. 반면, 여백과 무심코 그린 낙서들을 바라보며 한숨만 짓다 상상력의 무한한 가치를 새삼 높게 평가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혹자는 글 쓰는 시간보다 걱정하는 시간이 많아 차마 백지마저도 제출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재기행은 능력 있는 글꾼을 선발하러 간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 우리의 모자람이었고, 무엇으로 우리를 채워하는지를 느껴보고 깨닫고자 떠난 여행입니다. 따라서 제가 세운 줌마네 4기의 목표를 있을지라도, 각 개인의 목표를 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줌마네 4기의 목표라는 것도 언제든지 4기님들의 보폭에 따라 수정되는 것입니다.
더딘 분들은 더디게 오십시오. 때론 바위산에 터널을 꿇고 가는 기차도 달리다보면 좌로 휘고 우로 돌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성적표도 없고, 회초리도 없습니다.
다만, 기왕 가고 싶은 길로 선택했다면 그 선택에 대해 한번쯤은 삶을 담가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습니다. 그리고 지식이든, 돈이든, 건강한 신체든, 정신적 풍요로움이든, 그 무엇이든 더 가진 자는 덜 가진 이들을 위해 베푸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이라는 인식으로 그런 삶을 살아보려는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다행히 지금 저는 다른 모든 것은 부족하지만, 취재글이라는 것을 조금 더 일찍 만났기에 그 익숙함을 믿고 선생으로서 앞에 섰을 뿐입니다.
2
개인을 믿으십시오.
나만이 나를 온전히 만들 수 있습니다.
나만이 내 꿈을 실현해 줄 수 있습니다.
3.
취재기행 뒤끝은 저에게 깊습니다. 오랜 시간, 끊이지 않고 흐르는 내 안의 어떤 믿음을 이제 그만 꺼내보고 싶은 조급함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또다른 주변을 정리하는 일이므로, 다시 잔잔한 갈등을 보일 뿐입니다.
4.
이 글은 또다른 낙서일뿐입니다.
낙서치고는 무척 비장한 글이었다면,
그랬다면…
이 글은 취재기행을 끝나고 난 후 과제를 독촉하는 글이라 이해하십시오.
5.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제1) 이 가을 가볼만한 곳 - ‘빈자의 노래’(200자 원고지 15매 / 마감일 03년 11월 2일 24시)
과제2) 이 부부가 사는 법 - 제천의 부부 교사((200자 원고지 15매 / 마감일 03년 11월 9일 24시)
노을이에게 이메일로 보내세요.
6.
<이 글 후기>
아 과제를 두려워 하는 중생들에게 과제하라고 독촉장 쓰기도 힘들구나!
노을이 드림 (200310**)
<줌마네> 수업을 하면서도 과제는 곧잘 이어졌다. 그런 과제 가운데 가장 고달픈 과제가 취재기행을 떠난 후 그 결과를 과제로 제출하는 일일 듯 싶다. 그저 1박2일 여행가듯 즐겁게 나선 발걸음에, 낯선 사람을 만나 인터뷰 하는 것까지도 충분히 즐길 법하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 그 이틀간의 일정을 오려내고 다듬어 글로 쓰라니, 더욱이 글을 배우겠다고 온 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은 채 글을 쓰라니, 고문과 다를 바 없을 터 였다.
하지만 과제를 내는 이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과제를 내 놓고는 수강생들이 잘하고 있는지를 기웃거리게 된다. 서당이었다면 신혼방 넘보듯 창호지에 구멍을 서너 개 뚫 었을 터였지만, 숙제는 각자 집에서 하는 일이니 그저 마음만 서성거리게 된다. 그러던 차에 어느날 <줌마네> 게시판에 올린 글이 '선택에 한번쯤 삶을 담가보기'였다.
선심을 써 읽어준다면 위로가 될 법도 하지만, 대개의 수강생들에겐 그 글도 또다른 압박일 듯 해 4, 5, 6번의 글을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 글은 끝내 압박이 되었을 것이다. 과제란 태생적으로 그런 것이니까. 그럼에도 이 글에 오래도록 정이 간다. 마음 한 자락을 드러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하긴 어떤 글이라고 마음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을까! 이후 이런 류의 글 몇 편을 <줌마네> 게시판에 올렸다.(201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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