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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riting Story

사람은 수많은 행성 품은 우주

<My Writing Story> - 글, 사람과 놀다  

휴일이면 가질 수 있는 자유, 늦잠을 최대한 즐긴 하루입니다. 오전 11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에 갈 것인지를 두고 망설였습니다. 사무실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그 일을 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인지를 가늠합니다. 일단 밥은 챙겨먹고 가자는 생각에 쌀을 씻습니다. 전기밥솥이 고장나 가스렌지에 밥솥을 올렸습니다. 그 사이 빨래를 챙겨 세탁기에 넣고 돌립니다.


세탁기가 돌고나면 한두 시간 안에는 사무실에 출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집에서 무엇을 작정하고 할 수 있는 시간도 아닙니다. 그 틈새를 방 청소로 채웁니다. 큰 방에 있는 이불을 걷어냅니다. 비를 들고 바닥을 씁니다.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습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은 좋습니다.


어느덧 밥솥에서 물이 넘칩니다. 가스렌지의 불을 약하게 조절하고는 생각해보니 반찬이 변변치 않습니다. 냉장고를 뒤져보다가 콩나물과 북어를 찾아 국을 끓입니다. 이 몇 가지를 하고 나니 청소는 슬쩍 뒤로 미뤄집니다. 작은 방을 쓸고 닦는 것으로 청소는 끝입니다. 나머지 공간은 오늘 청소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밥을 뒤적이고, 국의 간을 맞추고 식사를 위해 상을 닦습니다. 상을 큰방에 들여다 놓은 후에는 컴퓨터를 켭니다. 티비 화면을 돌려 유로2008 축구를 봅니다.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과 경이로운 팀웤이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렵게 합니다. 지능이 필요하고, 순간 판단력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완성시키는 기민한 몸동작이 필요한 게 축구라는 것은 저 유럽의 축구를 보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 틈틈이 사무실에 출근할 것인지를 계산 합니다. 생각은 편파적으로 기웁니다. 사무실을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내일 일찍 출근해서 해도 되는 것인지 속셈합니다. 상을 물릴 때 쯤, 사무실에 출근하는 생각도 물립니다. 집에서 할 몇 가지 일을 찾습니다. 그 첫 번째가 민세통글(민들레의 세상과 소통하는 글쓰기)입니다.


2. 

지난 금요일 민세통글 마지막 강의에는 그동안 뜸했던 많은 분들이 나오셨습니다. 아마도 강의보다는 종강에서 의미를 찾고자 오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바쁜 일정 때문에 먼저 서둘러 가야했던 분들도 계셨지만 이심전심으로 그 의미를 감사히 받았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가진 뒷풀이에서도 서로들 넉넉한 마음들을 나누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처음엔 글을 매개로 만났지만, 어느 새 관심은 사람에 가 있었습니다. 함께 글쓰기를 고민하던 사람들, 한두 주에 한 번 정도 앞에 혹은 옆에 앉아 글쓰기를 배우던 그 사람들에게 마음이 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로간에 질문도 많았고 얘기들도 즐거웠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거기에 민들레 빛깔에 어울리는 세상 이야기가 곁들여져 더욱 좋았습니다. 그 세상 이야기는 자연스레 무엇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글쓰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수업 시간에 말씀드린 표현을 쓰자면, 글쓰기의 요소 중 한 가지인 의식 혹은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이 의식의 문제는 저 역시 완전하지 못해 끊임없이 배워야 할 영역인지라 굳이 얘기를 보태지 않았지만, 결국 세상과 소통하는 글의 생명은 이 의식에서 잉태됩니다. 다행히 함께 한 많은 분들의 생각이 저와 빛깔이 그리 다르지 않아 마음이 편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면, 늘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각기 서 있던 그 자리에서 몇 걸음이라도 내딛는데 도움을 주었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수업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기대치만큼 차지 않았다면, 그만큼이 노을이의 모자람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과 소통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면, 먼저 무엇이든 부지런히 쓰길 바랍니다. 자신과 소통하는 글이든, 민세통글의 지기들과 소통하는 글이든 좋습니다. 글을 키우는 것은 오직 글입니다. 글쓰는 부지런함이 글을 자유롭게 합니다. 글쓰는 성실함이 글을 즐겁게 합니다. 

      

3. 

사람이란 본디 꽃이기도 하고, 나무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다시 꽃봉오리를 맺은 듯 했고, 어떤 이는 깊숙한 뿌리로 성장의 물줄기를 찾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 어떤 상태이든지 사람은 또한 한 세상이기도 하고, 한 우주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꿈과 가치를 동시에 피워가는 세상입니다. 방향과 지향이 다양한 수많은 행성을 동시에 품고 사는 우주입니다. 사람의 인연은 그 우주에서 각지 주기를 달리하고 떠도는 별들의 만남입니다. 때로는 위성으로 때로는 유성으로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민세통글에서 만난 인연들도 이제 그 간극이 조금씩 멀어질 것입니다. 이제 빈 시간이 된 토요일 오전을 또 다른 사람들과, 또 다른 일들로 채울 것입니다. 저 역시 지난 석 달 남짓한 시간동안 함께 한 분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받고 물러납니다.  

그럼에도 민세통글은 아마도 가끔씩 얼굴 보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곳 카페에서도 간혹 인사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지난 뒷풀이에서는 이번 가을엔 지리산길을 함께 가자는 얘기들도 나왔습니다.


어느 날 소낙비가 내리듯 불쑥 만날 날이 오면, 지금 가진 꿈들을 한 뼘 쯤 더 키운 모습으로 만나길 바랍니다. 영혼에 마음에, 즐거움이 가득한 날들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 에너지를 사람들과 조금씩 나누는 삶이길 바랍니다.


6월 여름, 그 너머의 가을을 기다리며 

글놀이꾼 노을이 드림 


 



몇년 전, 민들레에서 만난 사람들과 헤어질 때 카페에 올린 글이다.


 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낸다. 때로는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안동으로 광주로.... 즐거운 일이다. 사람의 인연이 이리저리 엮이는 일은.그 엮임이 부담과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을 솟아나게 한다면 행복한 인연들이다.(201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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