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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묻다 열네 줄, 여백이 더 많건만 읽을수록 더욱 막막해질 뿐입니다. 스스로 거둔 원망에 한 방울의 눈물도 살아있는 자의 사치가 돼버렸습니다. 영영 볼 수 없는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오히려 눈앞에 더욱 또렷히 새겨집니다 이처럼 늦게 깨는 이들을 두고 선택한 이른 그 아침이 곧 캄캄한 밤을 만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지구에서 내렸는데 오히려 지구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운명으로도 지탱할 수 없는 그 무게, 하늘에도 땅에도 둘 수 없어 가슴에 두고 두고 묻습니다 더보기
연모, 추모 자전거 여행을 떠나려다 비가 내려 가지 못한 이른 아침 당신은 훌쩍 떠났군요. 살아온 길을 스스로 지워내며 되돌아올 길을 스스로 지우며. 당신이 믿었던 신념들과 당신이 가꿔왔던 가치들과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할 짬도 스스로 거둬 버리고 그렇게 훌쩍 떠나버리셨군요 대통령, 대통령이라서 좋았습니다. 여전히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5년을 늦추는 그 자리에 있어줘셔 좋았습니다. 대통령, 대통령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그 막강한 권력을 스스로 덜어내려 해서 거추장스런 대접들을 부단히 거둬내려 해서 좋았습니다. 아! 오늘 아침 봉화마을에 굵은 장대비라도 내렸다면 어쩌면 그 비라도 당신의 발길을 막아주지 않았을까요 이런 비보를 듣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지 않았을까요 그곳에도 길이 있.. 더보기
아침 6시 15분의 비 아침 6시 15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바깥 공기가 몸을 적셨다. 상쾌했다. 그러나 몸을 적시는 것은 공기만이 아니었다. 현관을 나서려 할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30여 분 전, 베란다에서 보았을 때는 비가 내리지 않은 듯 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집으로 되돌아왔다. 외출을 접었다. 오늘 외출은 여행이었다. 현관을 나서려 할 때 옆엔 자전거, 높새가 함께 했다. 광주에 온 후, 세운 목표 가운데 한 가지가 남도땅을 높새와 함께 돌자는 거였다. 그 목표를 두어 주 전에 처음 실행하려다 준비가 부족해 미뤄두었다. 그 일을 오늘 하려 했는데 이번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오늘은 광주에서 출발해 담양, 순창을 거쳐 백양사에 들렸다가 장성쪽으로 해 광주로 되돌아오는 여정이었다. 남도에서의 첫 나들이.. 더보기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하늘은 회색이었고, 땅은 초록였다. 그 조용한 배경에 어느센가 아이들이 나타났다. 그 녀석들은 순식간에 그 빈터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런데 그 주인공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비어 있던 그 잔디와 흐린 하늘까지도 그 시각, 그 장소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08년 6월 정선에서) (20090522) 더보기
블로그, 첫 만남 - 블로그이력서1 시작은 이랬다. 광주사무소에서 맡은 일 가운데 한 가지가 사무소 블로그였다. 블로그를 들여다보며 며칠 고민하던 끝에 몇 가지 개편을 시작했다.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은 그동안 잡지를 기획하던 습관의 덕을 보았다. 문제는 디자인이었다. 카페를 운영해 본 적도 없고, 더욱이 블로그는 자주 드나들지도 않아, 디자인에 무지했다. 다행히 블로그 운영에 도움을 줄 인턴이 있었다. 그 친구를 믿고 디자인의 변화를 고려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쉽지 않았다. 첫째는 무지가 걸림돌이었다. 둘째는 내 뜻대로 지원이 되지 않는 네이버 블로그의 편집방식이었다. 며칠을 망설이다가 웹쪽에서 밥벌이하고 사는 광노형에게 불쑥 전화를 걸었다. 블로그 가운데 초보자가 쉽게 다룰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광노형은 티스로리 초대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