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별하는 법 하필… 가을입니다. 한 인연이 떠나는 계절이. 진득이 살려 해도 아침 바람에 휘청거리고 저녁 어스름 기운에도 마음 한 가닥이 푹 꺾이는 이 계절, 하필이면 가을에 인연이 떠나갑니다. 사람이 떠나니 떠난 만큼 빈 공간에 가을이 촘촘히 쌓입니다. 쌓여도 풍족함보다는 허전함이 더 진한 가을인지라, 마음은 결결이 메말라갑니다. 뭐라 말하기 힘든 팽팽한 긴장감이 에도는 듯도 하고, 그 무엇을 위한 씨앗 한 톨 남기지 않은 채 대책 없이 비워버린 겨울나무 같기도 합니다. 가을에 서둘러 채비를 갖춘 겨울나무라니…. 인연이 떠나고 난 후, 나는 나만 바라봅니다. 혹시나 상처받을까 싶어. 그러지 말기를 바라며 나만 바라봅니다. 가을이니까. 너, 무너지면 끝없이 추락할 수 있다고. 아침이고 저녁이고, 부러 속살을 뒤집는 .. 더보기 32와 12분의 9 책 정리 토요일 오후에 자전거로 벽돌을 구입했다. 총 55장을 구입했는데 한 번에 20장씩을 라면 박스에 넣어 자전거 뒤에 실으니, 무게가 적지 않게 느껴졌다. 합정역 근처에서 동교동 삼거리까지 총 세 번을 오갔다. 토요일이라 근처 예식장이 있어서 차들이 많이 밀렸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을 나르고 나니 땀이 많이 났다. 그래도 이제야 책장을 만들 수 있게 되어서 힘든 것도 잊어버렸다. 박스에서 책들을 꺼내 내용별로 분류했다. 창밖에 어둠이 밀려들 때 얼추 끝났다. 이사 오면서 구입한 나무들을 굽지 않아 이전 나무들과 조화가 잘 맞지는 않은데, 그런대로 두기로 했다. 이제 거실에 놓을 탁자를 정리하면 거의 짐정리가 끝난다. (2001.9.8.) 수염에 대한 시각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를 가고 있는데, 한 할.. 더보기 접속어 ‘역접’의 판결 중학교 때였다. 접속어를 배울 때 ‘역접’을 들었다. 역접은 말 그대로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이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될 때 사용된다. 역접에 해당하는 접속어는 ‘그러나’ ‘하지만’ 등이다. 지난 9월 28일 있었던 2심 판결 당시 이 역접의 묘미를 새롭게 느꼈다. 판사의 판결문에 나온 서너 번의 역접은 피고인에게 순간순간 희비가 엇갈리게 했다. 서울지방법원 423호실에서 오전 10시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나는 네 번째로 불려 나갔다. 내가 피고인석에 서자 판사는 판결문을 읽었다. “본 사건은 국회에서의 증인 불출석의 죄에 대한 문제로… 1심에서는 피고인의 증인 채택이 국회 국정감사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차분했던 마음이 이 대목 ‘그러나’가 나오자 순간 찔끔했다. 무죄.. 더보기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