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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

지리산 가을향 장 취재를 마치고 수요일 아침 출근해 보니 사무실 책상위에 택배로 온 물건이 하나 놓여 있었다. 처음엔 소포인 줄 못 알아보고 이게 뭘까 하다가 보낸 이의 이름을 읽고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누가 보낸 지 알고 나니 이번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내게 조금 더 궁금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뜯는 것을 잠시 미뤄 두었다. 어떤 물건이 들었을지 많이 상상하라고. 이 인내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취재로 이틀간 비운 사이 쌓인 일들을 대충 정리하고는 냉큼 포장지를 뜯었다. 소포를 뜯기 전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던 물건은 호두였다. 백여 개는 넘을 듯한 호두가 종이 상자 안에 가득했다. 아하! 이게 지리산에서 자란 호두구나! 지난달 보길도에서 만난, 지리산 자락인 마천에 사는 안신정 누나가 보내온 것이었다.. 더보기
참 잘 울었습니다 어제 밤, 집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울었습니다. 누워 있는데 뭔가에 치인 가슴에서 눈물이 마구 솟구쳤습니다. 하염없이. 아마 이 단어가 그때 쓰이는 말일 겁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렀습니다. 엉엉 소리도 내고 울었습니다. 얼마를 그렇게 울다 잠이 들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지난달 인연이 떠날 때도 흘리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어제 저녁, 팀 희재랑 윤이랑 술을 마셨습니다. 창간 때부터 줄곧 와 함께 한 희재. 3년 반 동안의 일터를 떠난다는 결심을 하기까지는 나름의 마음고생도 컸을 것입니다. 전망을 갖고 나서는 발걸음도 아니니 더욱 고민했을지도 모릅니다. 스스로의 삶도 돌아보았을 것이고, 새로운 편집장이 올 때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를 보며, 어쩌면 저처럼 “가 참 고생한다”는 생각을 했.. 더보기
곶감 기다릴 수 있지요 내 살갗 벗겨내면 시린 겨울도 버틸 수 있지요. 내 몸을 넘나드는 바람, 이겨낼 수 있지요 당신, … … 새 봄 햇살 내릴 때 오세요 (2001.1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