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른의 생태계

옷 안 사기, 1년 결산 “올해 난 옷을 사지 않겠습니다” 1년 전, 세풀에 썼던 글의 한 제목이다. 지난해 겨울 회사 동료로부터 헌 옷 한 벌을 얻게 된 것을 계기로 2001년은 옷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행위는 “언젠가는 내가 실현해 나갈 삶에 대해 덜 고통스러운 생활을 체험 삼아”해 본 것이며 “덜 쓰는 삶, 단순하게 사는 삶, 그 삶을 지금부터 조금씩 내 생활로 받아 안고자 하는 것”이었다. 올 한해 그 결심대로 옷을 한 벌도 사지 않았다. 물론 옷을 사고 싶은 유혹이 없지 않았다. 지난 가을 동대문 밀리오레에 갔다가 정말 사고 싶은 옷을 한 벌 발견했다. 검은색 웃옷인데 개량한복인 듯 하면서도 중국풍이 나는 옷이었다. 그런데 값도 무척 비쌌을 뿐더러 그 옷은 여성용이었다. 그럼에도 새 옷이 많이 생겼다. 설날.. 더보기
작별을 고한다 작별을 고한다 계절의 갈피마다 가르침을 주었던 이… 여린 잎사귀의 잔잔한 흔들림으로 노란 감꽃을 무참히 떨궈내는 눈짓으로 말없이 얼마나 많은 말들을 내 안에 던졌던가! 얼마나 많은 무상 무념을 내 안에 길러내었던가! 작별을 고한다 누군가의 사랑이 너를 더욱 풍성하게 키울 수도 있겠지만, 네가 먼저 너를 키워 그 누군가의 시선을 끌 수도 있다는 걸, 이 겨울 붉은 감만을 가지 끝에 남기며 충분히 증명해 보이니 그것보다 너를 너답게 하는 게 있을까! 네가 내 벗으로 처음 다가왔던 그날처럼! 작별을 고한다 책상 위 책꽂이 안 책들도 비워 챙기고 컴퓨터 속 온갖 파일들도 비워 담았는데, 너만은 어쩌지 못하고 이 추운 겨울에 그대로 둔 채 떠난다 아! 내 안에 네 영혼이라도 오롯이 담겨 있었으면… (2001.12.) 더보기
18개월의 인생 마디 1. 프롤로그 혹은 에필로그 가 휴간되었다. 나는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 지금 나는 국가인권위에서 언론홍보를 맡고 있다. 11월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2. 긴 대화 월요일 저녁, 사장과 밤 12시 30분까지 세 시간 동안 얘기했다. 폐간부터 내가 본 사장의 단점까지. 얘기가 깊어갈수록 나는 한 인간을 이해했다. 내가 문제 제기한 것들이 여전히 문제이고 공인으로서 잘못했다고 생각함에도. 그래서 내 안에 담겼던 모든 분노와 항의를 조용히 가라앉혔다. 사장 입장에선 를 잘 접었다 생각했다. … … 다시는 시장이 어떤 잡지라도 만들지 않았으며 좋겠다. 그것이 태어날 잡지를 위해서든, 그 잡지를 위해 열정을 바치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서든… 최선의 길이다. 3. 마음의 키 폐간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