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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

몸을 도와주는 길은 휴식뿐 시월 며칠 동안 몸이 부쩍 내게 말을 많이 걸었습니다. 몸이 내게 거는 말은 좀처럼 알아들을 길이 없습니다. 뒤통수가 마치 쥐가 나듯이 먹먹해지고, 때론 마비되는 듯합니다. 글을 쓰겠다고 한 시간 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말짱하던 뒤통수가 다시 죄어옵니다. 며칠은 그냥 근근이 참다가 도가 더해 진다 싶으면, 하던 일 팽개치고 회사에서는 잠시 소파에라도 누웠습니다. 집에서는 30분 글 쓰고 30분 침대에 누워있기를 반복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엔가는 2년 전 구안와사가 왔을 때처럼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의 느낌이 영 달랐습니다. 그날은 불안한 마음에 근처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맡았습니다. 두어 시간 그렇게 쉬었기 때문인지 조금 나아진 듯 했지만,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장 취재를 위해 보은에 들렀을 때만 .. 더보기
32와 12분의 11  글자의 한계 하루 기껏해야 5천원도 벌지 못하는 물건을 들고 장터에 나온 할머니들, 20~30년을 한 장사로 살면서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우물만 팠음에도, 여전히 우물을 파고 있는 장꾼들. 그들 중 정작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를 읽을 만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난 그들의 이야기를 부지런히 썼다. 이제야 깨닫는다.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에게 글자매체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 그들을 바라보며 슬프다 마음 아프다 하는 얘기들이 허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다만,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인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만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 (2001.11.) 과거가 현재를 만들었다 일요일에 김창남, 박명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청취자.. 더보기
정체성, 포지션 - 셀프인터뷰③ 정체성. 셀프인터뷰 두 번째 주제는 ‘정체성’을 택했다. 항상 무슨 일이든 그것에 대해 궁금할 ‘때’와 ‘이유’가 있다. 요즘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퇴근길에 쌀쌀한 바람을 맞으면서. 그럴 때마다 ‘나’란 존재가 조금씩 보인다. 그럴 때 간혹 비치는 내 안의 나를 조금은 여유있게 바라보고 싶었다. 그 과정이 서른둘의 노을이 정체성 찾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다. 정체성이란 단어를 검색했는데, 내용이 대부분 정치 이야기다. 다행히 신문 검색을 통해 유용한 자료를 한 가지 얻었다. 한 심리학 교수가 9.11 미국 테러 이후 정체성을 근간에 두고 미국과 아프카니스탄간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언급한 부분이다. “인간에게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정체성이 있다. 첫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