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생태계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유롭게 놓아주겠다” 사흘 전, 여친에게서 전화가 왔다. 3월초에 만난 이후로 나는 그 동안 전화 연락을 하지 않았다. 화이트데이 때도. 무엇인가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취재를 하면서도 스스로를 한 방향의 결론으로 몰아갔다. 그렇게 마음을 굳어 가는 과정에서, 전화를 한다고 해도 어차피 형식적인 내용만을 나눌 게 뻔 했다. 여친도 내가 전화를 안 한 이유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여친이 내게 전화를 했다는 것 또한 어떤 내용일 거라는 것쯤은 짐작하지 못할 일이 아니었다. 사흘 전에 결려온 전화는 간단히 끊었다. 마감이 언제 끝나느냐. 마감이 끝나면 만나자 정도였다. 또다시 전화가 온 것은 토요일 밤이었다. 예정대로라면, 18일인 토요일날 마감이 끝났어야 하는데, 일이 미뤄졌다. 그 전화도 짧게 끝났다. 일요일에 만나기로.. 더보기 권력과 불편해도 좋다 프레스센터에서 소식지를 내나보다. 그곳에 을 소개하는 글을 써 달라고 편집장에게 청탁이 온 모양이었다. 이틀 전에 편집장이 견본을 가져오더니, “이거 노정환씨가 쓰지?”한다. 그냥 쉽게 말했다. 쓰겠다고. 22일 마감이라고 했으니, 조금 여유가 있었다. 오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쉽게 쓰자. 글은 점심 무렵에 거의 완성되었다. 다 쓰고 나니, 원고지 7매 분량이었다. 한 30여 분 글을 줄여, 5.3매로 만들었다. 제목은 ‘외로움마저 감미로울 의 권리’로 잡았다. 국장이 한번 보더니 그냥 보내자고 했다. 사진기자 박여선은 필름정리에 한창이다. “백 개나 되는 필름을 언제 다 하냐”고 투덜거린다. 옆자리에 앉았던 막내기자 이경숙은 6월 15일 창간 예정인 디지털말팀에 합류했다. 미술팀장 이정은은 4월호 .. 더보기 이별한 후에, 꽃을 본 후에 우주가 하늘에게 말하길 “내가 사랑하는 님이여,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1 꽃들마다 제 언어가 있다 채 피지 못하고 먼저 지는 꽃망울마저도 2 눈물이 사랑인줄도 모르고 돌아서네 저 끝이 하늘인 줄도 모르고 뻗는 나뭇가지처럼 3 낮에 하늘을 보던 꽃이 밤이 되자 고개를 숙인다 하늘이 들려준 얘기를 화분에게 밤새 소곤거린다 4 나는 한 번이라도 고백해 본 적 있는가 당신이 나를 위하듯 그렇게 살고 싶다고 나는 당신 마음에 자라는 나에게 고개 숙여 본 적 있는가! 5 화분은 안다 그가 돌보아야 할 것은 향기빛 어린 꽃이 아니라 흙에 가려진 뿌리라는 것을 6 사람을 돌보지 않고 사랑만 쫓다보면 이별로 사랑을 확인한다 이미 사람은 저만치 떠난 후에 7 겨우내 가지를 지킨 잎들이 봄싹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우리.. 더보기 이전 1 ··· 45 46 47 48 49 50 51 ··· 6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