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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

“서른 살 사랑, 당신은 결혼에 인색해야 합니다” 제 앞에 두 권의 소설책이 있습니다. 열흘 전쯤 서점에 들렀습니다. ‘서른 살'을 제목에 담은 책은 무턱대고 모두 구입했지요. 그날부터 틈틈이 책장을 넘겼습니다. 뒤적거림. 그것은 서른 살을 맞은 제 삶의 현재이기도 했습니다. 담담함 밖에 보이지 않는 서른 살 일상을 무너뜨리려는 작은 꿈틀거림이었습니다. 무모하게 책을 구입했듯이 말이지요. 아무튼 지금 두 권의 책을 두고 이 글을 씁니다. 이 책들에는 제 나이 또래들이 여러 명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책들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은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이더군요.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이라 부르는데, 소설 안의 사람들은 당신을 ‘결혼’이라고 부르더군요. 다만, 이젠 ‘결혼’이란 그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더군요. 저도 .. 더보기
서른 살의 첫 낙서 서른이다. 두려움 아니면, 희망이라도 있을까 하고 올라선 고개인데, 덤덤하다. 올해엔 소설도 써보고 싶고, 산에도 다니고 싶다. 그런 가운데 내 생이 좀 더 풍부해지고, 삶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내게 덕담 한 마디 하자면, '단단한 희망' 하나 갖고 살자. 스스로 가꾸는 삶에 그보다 든든한 씨앗도 없으니. (1999.1.) 더보기
“혹독히 깨져야 새 삶을 만난다” “천왕봉까지 가자” 선배가 깨웠다. 새벽 3시였다. 다리에 가래톳이 돋아 걸음이 불편했던 선배가 그렇게 내 서른의 첫날 아침을 일으켰다. 세석산장에서 얇은 침낭에 몸을 묻고 자던 차였다. 내 입가엔 전날의 피곤함 때문에 침이 흘렀다. ‘까짓 거. 그러지 뭐.’ 어둠 속에서 짐을 꾸렸다. 초코파이 한 개가 아침식사다. 세석산장을 나와 산행에 오른 시간은 새벽 3시 30분. 7시 30분에 해가 뜨니 그 시간까지 천왕봉에 가야 했다. 몸은 불편하지 않았지만 걱정은 배고픔이었다. 사탕을 주머니에 모두 챙겨 넣고 걸었다. 바람은 여전히 드셌다. 이따금 사람들이 우리를 앞질렀다. 그들 중엔 어제 장터목산장이 만원이라 세석산장으로 밀려난 이들도 있었다. 다시 되돌아가는 셈이다. 몇 년 만에 지리산 자락에 발을 묻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