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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자전거의 짝사랑

막히고 끊기고 잘리고 갇힌, 서울길 길이 갇혔다. 그 길을 달리던 높새도 멈췄다. 시청광장 동쪽면에 난 7차선 도로가 끊겼다. 전경버스가 디귿자형으로 장벽을 쳤다. 버스와 버스가 바짝 붙어 사람이 지나들 틈이 없다. 도로가 섬이 돼 버렸다. 그 섬 가운데 전경들이 열을 지어 앉았다. 높새는 그 전경들 옆에서 머쓱해졌다. 널찍한 7차선 도로 안에 전경들과 높새가 서로 아는 척 모르는 척 조우한 것이다. 전경으로 둘러싸인 틈 사이에 갇힌 꼴이기도 했다. 마치 곧 총성이 울릴 것 같은 전쟁터에 어린아이 한 명이 무심코 지나가는 영화같은 상황이었다. 전경들은 높새에겐 도대체 관심이 없다. 어느 소대의 전경들은 차디찬 바닥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유는 없어보였다. 주변에 있는 경찰들 또한 ‘들어오지 마라’는 한 마디 말도 없었다. 헬멧을.. 더보기
높새, 노을이에게 오다 첫걸음은 마포에서 시작됐다. 어떤 남자가 마포의 자전거매장에 머물던 나를 구입했다. 그는 처음엔 나를 타고 인도를 10여 미터 달렸다. 다시 매장 앞으로 돌아왔다. 간단히 몸풀이를 한 셈이다. 내 몸이 유연하지 않았는지 핸들 부분을 잠시 만지작거렸다. 다시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그는 나를 타지 않고 공덕역까지 끌었다. 마침내 그 남자는 내게 올라탔다. 페달에 힘이 가해졌다. 이제 더 이상 걷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어느새 몸은 인도를 벗어나 차도로 내려섰다. 두 바퀴는 도로 바깥쪽 노란선을 따라 내달렸다. 드디어 자전거 노릇을 제대로 했다. 마포도로를 내달린 지 10여분 후, 난생 처음 한강을 보았다. 가슴이 확 트였다. 알톤사 태생인 나는 기종이 ‘RCT-260’이다. 기종을 좀 더 큰 범주에 엮자면.. 더보기
자전거를 위한 헌사 지구는 돈다. 스스로 구른다. 자전이다. 자전거도 돈다. 다른 에너지 없이 사람의 힘만으로 구른다. 그대로 자전한다. 지구는 자연이다. 비록 숱한 인공을 덧대었어도 지구는 자연이다. 자전거는 자연을 닮았다. 비록 인간의 손끝에서 모양을 갖췄지만 자전거는 자연을 닮았다. 자전거는 인간의 속욕速慾과 지구의 자연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지혜를 지녔다. 그것이 자전거가 가진 매력이다. 그 매력 덕에 지구와 자전거는 공존한다. 그 공존 덕에 인간 역시 조금 더 오래 지구에서 살 수 있다. (20070818)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