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자전거의 짝사랑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구자전거3 - 사람지도의 여운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배울 때, 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불쑥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 가운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노래 가을편지 구절의 한 토막이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질문은 이랬다. “모르는 여자가 왜 아름다울까?” 높새와 첫 여행지인 함양에 고속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밤 8시 무렵이었다. 숙소를 찾으려고 높새를 타고 어두운 함양읍내 거리를 슬슬 달렸다. 숙소를 찾는 조건은 두 가지였다. 가격이 싸고, 높새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 것. 세 군데의 모델을 드나든 끝에 네 번째 모델에 들러 방을 예약했다. 가격은 2만원이고, 높새를 모텔 방에 함께 들였다. 그 모델 주인 아주머니와 몇 마디 말문이 열렸다. 내.. 더보기 지구자전거2 - 섬진에 내린 우주 도로는 살짝 비에 젖었다. 물기는 머금었지만 물이 고인 곳은 드물다. 밤새 비는 이슬과 가랑을 오락가락했을 듯싶다. 하늘은 아직 비와 이별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흐릿하다. 저 멀리 산자락들엔 구름도 제법 걸려있다.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이 흐린 아침이 특별한 것은 높새와 더불어 만난 강 섬진이 있기 때문이다. 섬진. 음식을 음미하듯 천천히 읊어보면 맛이 절도 도는 말이다. 감싸 안듯 푸근한 맛도 들고, 여유도 묻어난다. 섬진의 유래는 고려 말엽으로 올라간다. 당시 왜구가 출몰했을 때 강기슭에 두꺼비 수만 마리가 나타나 울부짖어 왜구가 달아났다는 구전이다. 두꺼비 섬(蟾)자에 나루 진(津)을 쓰는 섬진의 단어도 그 구전으로부터 물려받았다. 하동읍에서 2번 국도와 861번 지방도로 길을 열.. 더보기 지구자전거1 -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얼굴엔 땀이 그치지 않는다. 기운도 점점 약해지는 느낌이다. 높새를 끌고 있는 두 손목에서도, 팔뚝에서도 힘이 빠진다. 두 다리도 걷느라 어지간히 지쳤다.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의 어천마을을 지난 지 벌써 30여분은 족히 되었다. 그런데도 이 오르막은 끝날 기미가 없다. 도로 옆으로 펼쳐진 산줄기로 봐서는 제법 산을 올랐다. 다시 높새를 길 옆에 세워두고는 도로 턱에 앉아 숨을 돌린다. 갈수록 쉬는 시간의 간격이 좁아진다. 4시간 전인 아침 7시, 높새는 경남 함양읍에서 추석 연휴 첫날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높새와 노을이가 추석 연휴를 이용해 지리산 한 바퀴 돌기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노을이는 언제부터인가 지방도로를 지날 때면 이런 길을 자전거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노을이와.. 더보기 이전 1 ···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