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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깊은사람

백두대간 철쭉 1 5월 다 늦은 봄산입니다. 백두대간 높은 산기슭 길목에 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화사한 봄끝이 대간을 붙잡았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때 되면 피고 지는 삶 주변에 선 나무들은 초록을 가꿔 가는데 홀로 봄을 그리는 그 게으름이 예쁩니다. 겨우내 날 세운 바람에 속살을 무던히 긁혔을 터인데도 다 잊었다는 듯이 무척이나 밝습니다. 느낀 만큼만 드러낼 뿐 아직 봄이라고, 이제는 여름이라고 누구를 가르치려 하지도 않습니다. 철쭉은 모를 겁니다. 그 마지막 한 송이에서도 봄의 우주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을. 대간의 더 큰 우주를 만든다는 것을. 그 철쭉이 혁명이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대간은 솟은 만큼 고개를 숙여 사람에게 길을 터주고 앉은 김에 마을 하나 들어설 기슭도 내 줍니다... 더보기
따뜻함의 깊이 겨울 저녁 서울역 버스 정류장에서 한 노숙인이 어떤 남자에게 작은 강아지 마스코트를 건넸습니다. 남자가 건네 준 5백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습니다. 남자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 마스코트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곳곳에 때가 묻은 마스코트…, 아내는 버릴까 하다 깨끗이 씻어 벽에 걸었습니다. 돈 5백원에 보답하고 싶었던 노숙인의 마음과 그 마음을 버리지 않은 남편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람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다른 이에게 따뜻한 마음 한 조각을 건넬 때, 그 마음 안에 또 다른 이에게 전할 사랑도 담겼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처럼 따뜻하고, 그처럼 넉넉한 가슴을 품은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람이 왜 꽃들만큼 아름다운지 절로 깨닫곤 합니다. 가슴이.. 더보기
겨울 기억 바람은 거침없이 광화문 사거리를 가로질렀습니다. 때론 바람보다 먼저, 깃발들도 미 대사관을 향해 몸부림쳤습니다. 그 해 겨울, 그러나 바람보다 혹은 깃발보다 더욱 몸부림 친 것은 제 몸을 사르는 촛불의 행렬이었습니다. 그 해 겨울, 경기도 양주군 효촌 2리에도 바람은 거칠었습니다. “사망신고 하러 갔다가 도로 오고 그랬어요. 주민등록증에서마저 지워버리면 진짜 간 걸로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아버지 신현수씨는 이생을 떠난 효순이를 여태껏 가슴에 남겨두었습니다. “봄이 되면 나무도 심고 꽃도 심을 거예요. 사철나무도 좀 심어야지.“ 추모비 앞에 선 미선이 아버지 심수보씨도 당신 손으로 딸의 추모비를 만들면서 뼈 속 깊이 아픔이 스미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배 죽어 산에 묻고 어매 죽어 강에 묻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