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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깊은사람

보름달 축제 1995년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한 미군 병사가 어린 여자아이를 성폭행했습니다. 오키나와 주민 수만 명은 항의집회를 가졌습니다. 이때 오키나와에 사는 한 사람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주민들의 이 마음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어느 날 그는 보름달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예로부터 보름달은 평화, 생산, 에너지 등을 상징했으며, 또한 안녕과 풍요를 비는 기원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보름달 아래 모여서,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모아 축제를 만들자.’ 그렇게 시작된 것이 평화운동인 보름달 축제입니다. 2000년 7월, 오키나와 나고시(市) 세다케 해변에서 보름달 축제가 열렸습니다. 노인들이 보기 편하게 글자를 크게 썼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화를 그렸습니다. .. 더보기
마음 나누는 술집 몇 해 전 일입니다. 서울의 중심가라 할 만한 광화문 사거리 한 켠에 소우(小雨)라는 작은 술집이 있었습니다. 그 곳은 따로 술을 마실 탁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고 좁은 바에 예닐곱 명이 둘러앉으면 더 이상 들어갈 자리도 없었습니다. 때론 주인이 있는 주방 쪽에도 의자를 놓아 손님이 앉곤 하지만, 퇴근 후 벗들과 둘 셋씩 짝을 지어 찾는 이들은 종종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좁은 만큼 불편할 것 같은 곳이지만, 그곳엔 늘 손님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벽을 등받이 삼아 둘러앉아 낯선 이들과도 어깨를 맞댄 채 허물없이 술을 나누곤 합니다. 어떤 이는 통기타를 칩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따라 노래를 부릅니다. 일과에 지친 이들이 서로들 그렇게 가슴을 쓸어주곤 했습니다. 화려한 불.. 더보기
절망이 희망 들꽃, 가을, 제천에 사는 임향례, 유익형 부부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들꽃과 가을은 모두 국어 교사였습니다. 10여년 남짓 교사 생활을 하는 동안 가르치는 일에 고민이 깊은 이들이었습니다. “수능 공부는 죽은 지식이 참 많죠.” “고3 학생들 담임을 하면서 제 영혼이 메말라갔습니다.” 고민 없는 교육은 ‘총체적 부실에 부분적 땜질’을 하는 꼴이라 생각하니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중학교에 보내야 하는가도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결국 6개월의 휴직 끝에 들꽃님은 학교를 떠났습니다. 그동안 이들 부부와의 인연은 가끔씩 보내오는 아주 작은 시집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부는 틈틈이 쓴 시를 모아 손바닥보다 작고, 이십여 쪽을 넘지 않는 시집을 펴내 지인들에게 보내주곤 합니다. ‘삶은 엉터리면서 시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