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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은 노을을 놓치다 유혹만큼 고민이 깊지 않았다. 6월 21일 하지날 저녁, 야근을 가겹게 마치고 7시 30분쯤 사무실을 나왔다. 모처럼 자출한 날이라 퇴근도 '자퇴'다. 그 자퇴길에서 노을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유혹은 도심에서 시작됐다. 금남로 길을 건너 광주천변으로 향하는데 골목길로 비치는 노을이 색달랐다. 건물에 가려 제대로 볼 수 없음에도 예사롭지 않다. 잠시 머뭇, 망설이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그런 사정은 광주천변에 와서 달라졌다. 천변에 나오는 순간, 서쪽 하늘에 노을이 가득했다. 붉은 빛 가득한 다색의 노을은 도시와 색다르게 어울렸다. 낮은 건물들, 광주천에 비친 빛, 그 위로 딱 트인 하늘과의 조화가 낯설였다. 그 낯설음이 자전거의 바퀴를 멈추게 했다. 광주천변에 자전거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자.. 더보기
꽃의 힘 - 글, 사진과 놀다④ 꽃의 힘 창문은 닫혔어도 창가에 꽃 열렸다 닫혀 있으나 열려 있는 창문, 오롯이 꽃의 힘이다 때론 당신이 창문이 되고, 꽃이 된다 세상이 된다 일터를 그만 둔 이가 있었다. 저녁을 함께 하려고 삼청동에 들렀다. 몇 군데 음식점을 기웃거리다가 어느 두부전문 음식점에 자리를 잡았다. 대여섯 개의 테이블만 있는 작은 곳이었다. 음식을 주문하는 동안 실내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눈길이 머문 곳은 창가였다. 창가에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였고, 화분마다 꽃들이 탐스럽게 피었다. 닫힌 창문에는 실내의 등까지 함께 반사됐다. 창밖엔 햇살은 졌지만 아직 어둠이 내리기 전이었다. 여름초입에 맞은 그 기운은 어느 곳이라도 무척 싱그러운 법이다. 그런데 창가의 꽃들이 함께 그 기운을 맞이하고 있으니 그 시.. 더보기
투항이 희망 - 글, 사진과 놀다② 봄에는 무조건 투항이다 몸으로 봄이 되는 생명들 곁에서는 그것도 희망이 된다 사무실에 수많은 화분들이 있다. 화초 키우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대개 서너 개 크고 작은 화분을 책상에 올려둔다. 그 덕분에 어떤 사무실에 들르면 화원에 간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화초를 키우다 보면 종종 흥미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그 가운데 막 싹이 돋는 모습은 흥미를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때마다 짬이 나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어느 동료가 키우던 화분에서 새싹이 돋았다. 잎사귀만 한 개 따서 꽂아 두었는데 용케 뿌리를 내렸다. 아이든 식물이든 생명있는 것들의 세상 첫 나들이는 신비롭기는 마찬가지다. 그 신비로움을 오래 두고자 하는 이라면 천상 카메라의 능력을 빌릴 수밖에 없다. 글이 사진과 노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