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태

산, 백두가 된다 - 글, 사진과 놀다⑤ 그 날, 백두산을 걸었다. 백두산 여행 둘째 날, 우리 일행은 서파에서 북파까지 천지 주변의 능선을 따라 트레킹에 나섰다. 서파 주차장에서 시작해, 마천우(2,459m), 청석봉(2,662m)을 지나, 2,691m의 백운봉을 돌아 오른 후 녹명봉(2,603m)을 넘어, 천지의 물이 흘러내리는 달문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천지 둘레의 3분의1 정도를 직접 걷는 셈이다. 일행이 산에 오른 시각은 아침 8시였다. 그리고 천지물가인 달문에서 노닐다가, 장백폭포를 조망하며 숙소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6시 무렵이었다. 그 10시간 동안 밟은 데는 백두산뿐이었고, 오직 백두산만을 보았다. 그 10시간 동안, 백두산은 나를 하안거에 든 승으로 만들었다. 백두산은 그 존재만으로 수행에 들게 했다. .. 더보기
집단 자기학대 청바지, 회개하다 자기학대다. 주어는 청바지다. 세 벌이니 집단이다. 집단적 자기학대다. 사전모의 혐의도 있다. 학대방식이 비슷하다. 모두 낡아 구멍이 났다. 학대부위도 비슷하다. 모두 샅 부위다. 어쩌면 스트라이크일 수도 있다. 대상은 주인인 나다. 공통점은 또 있다. 모두 구입한지 4~5년 되었다. 할만큼 했다는 반항일 수도 있다. 첫번째 청바지. 지오다노다. 신촌에서 구입했다. 7만원 정도 준 것 같다. 가장 낡았다. 엉덩이 부분이 헤졌다. 뒷주머니 밑부분도 곧 찢어질 태세다. 샅 부위에는 구멍도 났다. 아예 엄지손가락이 드나들 만하다. 햇빛에 비추면 빛살이 드나든다. 두번째 청바지. 상표미상이다. 홍대앞에서 구입했다. 5~6만원 준 것 같다. 역시 엉덩이 부위가 하예졌다. 성성한 머리털 같다. 샅 부위에도 곧 구멍.. 더보기
노란 서성거림 길가를 걷다 멈췄다. 작은 '무엇'이 발목을 잡았다. 그 '무엇'이 산딸기라는 것쯤은 안다. 아니다. 그 '무엇'은 산딸기가 아니다. 붉은 산딸기 옆 노란 빛을 띤 빈 꼭지가 그 '무엇'이었다. 빈 꼭지는 산딸기 한 알을 누군가에게 양보한 채 아쉬운 마음에 여지껏 노랗게 서성거리고 있다. 그 양보가 없었다면, 산딸기와 함께 시나브로 썩어갔을 터였다. 이제 빈 꼭지에 서성거리는 발걸음이 쌓이고 쌓이면 수십 가지 얘기로 채워질 것이다. 오늘 이처럼 하나의 얘기를 만들듯.(20100705) 지리산 둘레길 인월부근을 걷다가 둑방에서 산딸기를 만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