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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참사람 부족 참사람 부족이 있습니다. 아침이면 태양을 향해 반원을 그리고 서서 대지에 있는 모든 것들과 마음으로 대화합니다. 먹을 것을 따로 준비하지 않습니다. 대자연에게 요청하면, 때로는 뱀 한 마리, 때로는 물고기 등이 그들에게 나타납니다. 그들은 식물이 번식하는데 필요한 만큼은 남겨 놓으며 아무리 물이 궁해도 동물들의 몫을 남겨 둡니다. 호주 사막에 사는 참사람 부족이 있습니다. 백 절도 넘는 노래로 시간과 거리를 잽니다. 기억력을 앗아가는 문자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불도 없고 몹시 추운 날에는 발을 가운데로 모으고 둥글게 누워 자기도 합니다. 오감을 이용해 사막 한 가운데서도 물줄기를 찾습니다. 참사람 부족은 우리 같은 문명인들을 무탄트라 부릅니다. 무탄트, 돌연변이를 뜻합니다. 참사람 부족이 보기에 문명인.. 더보기
콩나물 씻기 콩나물을 씻습니다. 껍질을 가려내고 손갈퀴를 만들어 콩나물을 씻어내다 보면 잘게 꺾어진 줄기, 한쪽마저 잃은 콩나물 대가리들이 바가지 밑바닥에 가라앉습니다. 한 주먹은 될 법한 그것들을 이제는 손갈퀴로는 안 돼 손가락으로 한 개 한 개 집어 담습니다. 그렇게 담은 콩나물 대가리며 줄기는 솥에 넣을 때 대여섯 개 떨어뜨리고 국그릇에 퍼 담을 때 서너 개 버려지고 숟가락질 할 때 한두 개 흘리고 싱크대로 가는 국그릇에 예닐곱 개 묻어갑니다. 애초 콩나물을 씻을 때 바가지 바닥에 남아있던 콩나물 대가리며 줄기는 그렇게 내가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애초 콩나물 대가리며 줄기를 손가락으로 주섬주섬 챙기지 않아도 되었을까? 콩나물 씻어본 사람은 압니다. 콩나물 대가리 한쪽에 담긴 수고를. 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