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썸네일형 리스트형 무엇의 증거 이제 막 모내기를 하려는 무논에 흰 새 한마리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생명의 존재를 알렸다. 산간 비탈진 논에 모내기보다 먼저 날아온 새는 그 자체가 생명이었다. 이로써 우리는 친환경적인 삶을 맛 보았노라고, 거창히 한 줄 써 내려갈 증거를 갖게 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비록 증거는 갖게 됐지만, 그 증거가 곧 친환경적인 삶은 아니다. 아이러니는 거기서 시작한다. 우리가 친환경적인 증거를 더욱 많이 발견할수록 세상은 친환경적이지 않게 된다. 증거를 많은 사람이 보려할수록 세상은 반환경적으로 변한다. 거기엔 근본적 딜레마가 놓여있다. 이제 인간은 친환경적이 않기 때문이다. 이제 증거를 찾지 말고 증거를 만들어야 하는, 직접 증거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20100628) 5월초 지리.. 더보기 이 빠진 그릇, 퇴출하다 집에서 사용하는 그릇 가운데 네다섯 개는 깨졌다. 살림할 때 어딘가에 부딪혀서 생긴 자국이다. 그처럼 이가 나간 그릇을 버리지 않고 사용했다. 음식을 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아이들이 없으니 깨진 부분에 다칠 일도 없었다. 새그릇을 사용한데도 언제 또 이가 빠질 지도 알 수 없었다. 지난 주 둘째 누이가 새 그릇 한 묶음을 주었다. 밥그릇과 국그릇, 접시2종이 각각 다섯 개 씩이다. 누이의 큰 딸이 다니는 회사에서 줬다는데 당장 쓸모가 없다며 내게 주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보탰다. "집에 있는 깨진 그릇들은 모두 버려라." 몇 달 전에 큰 누이가 광주집에 왔었는데, 그때 깨진 그릇을 보고 얘기를 전한 모양이었다. 몇 년전 중국의 음식점에서 식사할 때 테이블엔 이가 빠진 그릇들이 많았다. 중국에서는.. 더보기 유채의 공존 1. 사람이 자연과 사는 법은 참 다양하다 자연이 사람과 사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뿐이다. 공존, 자연은 여태껏 그것으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5월의 강 영산, 유채는 제 몸이 노랗게 물들도록 노란 꽃들이 져 푸른 줄기로 비워지도록 공존을 말한다. 버드나무와의 공존을 그 나무들 사이를 나는 새들과의 공존을 강의 본성을 잊고 실개천처럼 흐르는 지류들과의 공존을 그 지류와 지류를 잇는 징검다리들과의 공존을 말한다. 유채 역시 여러가지 꽃 중 한 가지일 뿐이라 여기는 사람과의 공존을 유채는 또한 노란 몸으로 말한다. 2. 사람이 자연과 사는 법은 참 다양하나, 유채의 노란 소리를 듣는 법은 사람들로부터 차츰 잊혀져 간다. 나주와 영산포 사이를 흐르는 영산강변에는 유채꽃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20..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