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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깊은 예의 한 걸음 내딛습니다. 4월 1일, 닷새째입니다 동진대교를 지나며 도요새 무리를 만납니다. 호주에서 날아와 시베리아로 가기 전에 새만금 갯벌에서 쉬어가는 생명들입니다. 또 한 걸음 내 딛습니다. 4월 6일, 열흘째입니다. 함께 한 오영숙 수녀는 말합니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할 동반자이며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세 번째 걸음을 다시 딛습니다. 4월 16일, 스무날입니다. 보령도서관에서 일하는 성은정님 풀어 키우는 닭이 낳은 유정란 한 판을 내 놓았습니다. 식당일을 하는 한 아주머니는 음료수를 사 먹으라며 후원금을 건넸습니다. 이제 절을 올립니다. 4월 26일, 한 달이 되었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입니다.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숙이는 그 행동마다 가쁜 숨이 몰아치고 얼굴에 땀방울이 맺.. 더보기
감나무 명상 다시 사무실 뒤켠에 있는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감나무 얘기를 하려 합니다. 가끔씩 직원들이 올라와 탄성을 자아냅니다. 어쩌면 홍시보다는 노릇한 빛깔 띤 지금이 더 좋은 듯합니다. 익을 듯 말 듯한, 그래서 풍성함이고 또한 기다림이 빛깔입니다. 한동안 감나무를 바라봅니다.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이만큼의 거리가 좋은 듯 합니다. 닿을 듯 말 듯한, 그래서 아쉬움이고 여유로운 거리입니다. 감 한 개 한 개를 바라보며 짬짬이 건네는 사람들의 시선에 감나무에 달린 가을이 더 깊게 물들어 가는 듯 합니다. 사람들은 막힌 가슴을 그곳에 메달아 두고 오는 듯 자리로 돌아가는 표정들이 밝습니다. 천상 이번 가을은 감나무가 주는 가르침에 따를까 합니다. 나무 한 그루가, 그 나무에 달긴 감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 더보기
가름비 가름비… 계절과 계절을 가르는 비가 있습니다. 그 비를 사이에 두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비의 존재를 깨닫고는 저 좋을 대로 가름비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마 지난 주말에 내린 비가 그 가름비였을 겁니다. 여름과 가을을 가르는…. 사무실 제 자리 뒤켠으로 감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풍성하게 감이 열렸습니다. 어제 저녁 내린 가름비가 간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 감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참 마음이 편해집니다. 저 수 많은 감 중에 단 한 개라도 제 것일 수 없겠지만, 열매는 반드시 먹기 위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때론 마음을 채울 수 있다는 이 낡은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한 마음 닦은 셈 칩니다. 계절을 가르는 가름비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