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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자연이 사랑하다 가을 문턱에서 아름다운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최근 한 시사지엔 인도에 사는 그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최근 인도 파키스탄 사이에 핵전쟁이 현실로 다가왔는데도 왜 도망치지 않죠?” 기자가 묻자,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우리가 어디로 도망칠 수 있나요? 내가 도망치면 모든 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친구들도 나무도 집도 강아지도 다람쥐도 새도 모조리 재로 변할 텐데. 내가 뭘 사랑하며 누가 날 사랑하며, 그래서 어디서 살 수 있겠어요?“ 그는 소설가입니다. 인도의 편협된 신앙과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은 것들의 신’이란 소설로 이미 97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책상만 지키는 소설가는 아닙니다. 한때는 보팔에서 동료 4명과 29일간 단식을 .. 더보기
오만을 넘어 플로리다 탐파의 한 강연장. 엠버 메리라는 다섯 살짜리 소녀는 자그마한 스누피 인형과 동전 몇 개가 든 작은 가방을 든 채 제인구달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엠버는 제인구달에게 돈과 인형을 건넸습니다. 고아 침팬지가 외롭지 않게 인형을 건네주고 바나나를 사 주라는 부탁과 함께. 백혈병으로 오빠를 잃었던 엠버는 ‘내셔널 지오그라픽’ 특집에서 엄마를 잃은 아기 침팬지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죽은 것을 보았습니다. 제인구달은 엠버와 같은 개인들로부터 지구의 희망을 찾습니다. 40여 년 전, 제인구달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베의 한 밀림에서 침팬지가 나뭇가지로 흰개미를 잡아먹은 걸 본 후,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명제는 거짓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인간은 또 하나의 오만을 벗은 셈입니다. 40여.. 더보기
2차선 길 경향신문사에서 덕수궁까지 2차선 정동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2차선 길엔 시간이 흘러도 몇 가지 잔상들이 남아 있습니다. 대학로에서 명륜동 집으로 가던 2차선 길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들이 한 길가로 서 있습니다. 늦가을이면 지친 하늘 한 조각이 땅에 내려 쉬려는 듯, 큼직한 잎들이 툭, 툭, 떨어지곤 했던 그 길. 지금 살고 있는 연남동에도 2차선 길이 있습니다. 양 길가로 플라타너스 수십여 그루가 있습니다. 지난 여름, 저희들끼리 낮은 하늘가로 내려와 머리를 맞대며 신록의 터널을 이뤘습니다. 경적음 대신 초록빛 사각거림이 도시를 채웠습니다. 지금 이 길, 덕수궁으로 향하는 2차선 길에는 샛노란 은행잎들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유치원 꼬마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에도 노란 하늘조각들이 사뿐히 땅으로 내립니다. .. 더보기